[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쥬만지 넥스트 레벨>

▲ '쥬만지 넥스트 레벨' 포스터.

영화 <쥬만지> 시리즈는 미국을 대표하는 동화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Chris Van Allsburg)의 그림책 <Jumanji>를 원작으로 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막힌 상상에 반전까지 더해지는 이야기다. 영화와 달리 그림책은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의 폭이 더 넓다. 기존에 제시한 일러스트는 사고의 제한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상상의 영역을 무한대까지 넓히기 때문이다.

그림책뿐만 아니라 로빈 윌리엄스,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1995년作 <쥬만지> 또한 충분히 명작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는다. 미천하거나 결핍에 시달리는 상상력을 충분히 보충해주었으니 말이다. 영화적 측면에서도 캐릭터 몰입도와 플롯, 무엇보다 솔깃하게 관객을 끌고 가는 이야기 본래의 힘까지 넘친다. 더불어 시간이 흐른 만큼 쌓이는 추억의 힘도 커서 <쥬만지: 새로운 세계(2018)>과 <쥬만지: 넥스트 레벨(2019)>까지 탄생할 토대를 만들었으니, 팬들에게는 과거의 향수에 더해 기술력으로 화장한 발전된 이야기를 기대했을 터다. 하지만 어딘가 핀트가 안 맞다.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주사위 보드게임을 콘솔 게임기로 대체했고, 훨씬 업그레이드한 영상기술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오히려 처진다. 세계관은 확장되고 볼거리 또한 풍부해졌건만, ‘형만 한 아우 없다’는 고루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영화는 원작의 아우라도 변화한 시대의 감수성도 담지 못하고 고루하게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 그 어디쯤에서 헤매다 그쳐버렸다. 

<쥬만지: 넥스트 레벨>를 재미있게 보려면 전작인 <쥬만지: 새로운 세계>의 관람 및 복습은 필수다. 게다가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해서 전달하고자 한 재미를 이해하려면 1995년 원작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포장한다고 해도 흥미 위주의 킬링타임 블록버스터에 불과한데 도리어 예습과 복습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 상황 자체가 일단 힘들 수밖에 없다. 

세대차이라는 건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법이다. 그런데 이미 구세대에 속해버린 입장에서도 이렇게 고루하고 진부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면 이건 분명 문제다. 사전 설명이 필요한 유머는 실패한 유머라고 하던데 영화라고 다르겠는가. 마지막의 쿠키영상은 4편을 예고하는 듯한데, 4편이 제작된다면 부디 해갈까지는 아니더라도 본래 <쥬만지>가 어떤 이야기였는지를 되짚고 제작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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