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포드 V 페라리>

▲ '포드 V 페라리' 포스터.

아주 놀라운 사건이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하면 감탄사처럼 영화 같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영화보다 더한 현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현실보다 더한 영화는 없다고 한다. 사실 실화가 주는 날것의 감동은 보다 생생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게다가 자동차 이야기잖아!

포드와 페라리라는 이름은 이제는 자동차 메이커로만 기억하지만 자동차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매출 부진에 빠진 포드社는 페라리社의 인수합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하지만 포드는 페라리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포드는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해서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이자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누를 것을 요구한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주인공이 등장을 한다. 

이쯤 되면 <포드 V 페라리>는 마치 자동차 개발 역사에 관한 감동 실화이지 않을까, 헐리웃에서 제작한 작품이니 당연히 아메리카 만세를 외치는 영화가 아닐까 지레짐작하게 되는데, 오히려 미국의 번영을 이끌었던 포드주의에 대한 비판과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언더독들의 반란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주연배우 크리스천 베일의 말을 빌려 “카레이싱 팬에게 이 영화는 좋은 선물이겠지만, 카레이싱을 잘 몰라도 위대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요즘은 거의 만나기 어려운 152분, 2시간 반이 넘는 긴 러닝 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는 카레이싱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속도감이라기보다는 전적으로 서사의 힘이다. 과감한 전략가인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타협을 모르는 승부사인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 두 남자가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쉼 없이 달려가는 차들의 질주 속에서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포드’라는 거대 자본과의 갈등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선정적이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인 갈등을 영화 전반에 배치하면서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포드 V 페라리>는 딱 두 가지의 장점만 나열해도 충분히 훌륭한 영화다. 먼저 클래식 자동차의 항연을 한껏 즐길 수 있다는 것과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이라는 위대한 연기 장인의 협연을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7,000 RPM은 자동차 엔진의 분당 회전수를 뜻하는 단어다. 주인공들이 우승을 위해 도달해야 할 경지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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