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핫이슈’에 사천지역 연관성 ‘수두룩’

청와대 행정관·이동호·김기현·고래고기·검경 갈등
고래고기 사건 맡았던 전 사천경찰서장 ‘뇌물’ 의심
논란과 말썽의 출발은 사천의 유명 어묵업체 A사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지난 3일 검찰이 사천경찰서를 압수수색 하면서 ‘이게 뭔 일인가?’ 궁금해 하는 지역민들이 많다. 1차적 시선이 ‘사천경찰이 뭘 잘못했나보다’라는 거라면, 2차적 시선은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경 갈등 아냐’라는 의심이다. 뉴스사천이 확인한 바로는 둘 다 일리 있는 얘기다. 게다가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 ‘고래고기 사건’ 등 언론이나 포털사이트 검색창을 달구는 단어들이 이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으니, 사천경찰이 전국적 관심사의 한가운데 있는 셈이다. 이 사건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형식으로 소개한다.

지난 3일 사천경찰서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이 사천경찰서를 압수수색 했다고?

=그렇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강성용)가 12월 3일 오전 9시30분부터 6시간 동안 사천경찰서를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2016년 여름, 식품가공업체 A사가 식품위생법 위반 의혹으로 사천경찰서에서 내사를 받을 당시 상황이 담긴 형사사건 기록물을 압수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주된 의심은 뭔가?

=2016년 여름 당시 사천경찰서가 A사를 수사하면서 의혹을 밝히기보다 봐주기 했다고 보는 것 같다. 이 과정에 당시 사천경찰서장이던 B씨가 깊숙이 간여했다고 보는 듯하다. 평소 A사 업체 대표 C씨가 B씨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왔다는 진술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금품 제공 등은 아주 내밀한 정보인데, 누가 제공했을까?

=제보자는 A사의 전 직원이자 C씨의 친구인 D씨다. 그는 A사에서 오랫동안 재무 관련 업무를 봐왔는데, 최근 들어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진 것 같다. D씨가 먼저 회사에 해를 끼친 것 같고, 이에 대한 책임추궁을 받는 과정에서 D씨도 회사 비리를 검찰에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2016년 여름 사건은 어떻게 결론 났나?

=A사가 유통기한이 지난 어묵을 폐기하지 않고 냉동보관 했다가 정상 원료와 섞어 어묵을 제조한 뒤 군(=군부대)에 납품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관련 동영상도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동영상 촬영 시점이 2년쯤 전인데다, 당시 시점에서 혐의점을 입증할 증거가 마땅치 않았다는 게 사천경찰의 설명이다.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하지 않으니 답답하다. 다른 업체나 다른 서장이 오해받을 수도 있다.

=A사와 B씨, 실명 공개는 어렵다. 다만 군에 납품까지 할 정도의 어묵 제조업체가 사천에 흔치 않고, 2016년 여름에 근무한 사천경찰서장이라면 짐작 가능하지 않나?

▲사건화 되지 않았으니 A사는 군납품을 계속 했겠네?

=맞다. 이 과정에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의 힘을 이용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C씨가 평소 1억 원에 가까운 뇌물과 향응을 제공하면서 이 전 법원장을 관리해 왔다고 보는 거다. 검찰은 그 대가로 A사 군납비리를 무마하거나 새로운 품목을 납품할 수 있도록 힘을 써줬다고 보고(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등 혐의) 11월 21일 이 전 법원장을 구속했다. 이보다 사흘 전인 18일엔 국방부가 그를 파면했다.

▲뇌물을 받은 사람이 구속됐으니 준 사람도 구속 됐겠네?

=그렇진 않다. 검찰은 11월 5일에 A사를 압수수색 했다. 그리고 11월 25일 A사 대표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사안은 중대하나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수사기관 진술 내용, 피의자와 제보자 등 관련자의 관계, 군납 비리 관련 부당이익의 실질적 규모, 횡령 관련 자금의 실제 사용처 확인 여부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증거인멸 또는 도주 우려 같은 구속 사유의 존재와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댔다. 그러자 검찰이 사천경찰서를 압수수색 한 거여서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럼 이번 사건과 ‘고래고기’ 사건은 무슨 연관이 있나?

=2016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사천경찰서장을 지낸 B씨가 울산지방경찰청 형사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맡았던 사건이 바로 고래고기 사건, 엄밀히 말하면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일어난 일이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사건이다.

▲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 샘플을 조사 중인 모습. (사진=울산지방경찰청)

▲‘고래고기 환부’ 사건, 말이 어렵다. 쉽게 설명해 달라.

=‘환부’라는 말은 검찰이나 법원, 행정기관 등이 압수물을 본래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선 ‘고래고기를 주인에게 돌려줌’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먼저 고래고기 사건부터 알아보자. 울산경찰청이 지난 2016년 4월에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한 유통업자 6명을 검거하면서 이들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고래고기 27톤(시가 40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넘겨받은 울산지검은 이 중 6톤만 불법으로 인정해 폐기 처분하고 나머지 21톤을 한 달 만에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 이에 일선 경찰들이 크게 반발했던 사건이다. 검찰은 불법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를 댔고, 경찰은 DNA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고 맞섰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7년 9월에 울산의 환경보호단체가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담당검사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울산경찰청에 고발했는데, 이 사건을 ‘고래고기 환부’ 사건으로 부른다.

▲이후 진행은?

=경찰이 사건 수사를 위해 관련자들에 대한 각종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법리적 하자,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래고기 환부 결정을 한 담당검사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 하자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1년여 만에 돌아오기도 했다. 경찰은 결국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담당검사와 검사 출신으로 전관예우 의혹이 있는 유통업자 측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매듭 짓지 못한 채 사실상 수사를 중단했다.

▲이 사건이 다시 주목 받는 이유는?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와대 행정관이 이 사건을 다룬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경찰이 검찰의 권한 축소를 주장하며 드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이 사건이다. 그리고 이 사건의 초기 수사를 맡았던 사람이 바로 B씨다. 그런데 검찰은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의 사건에 연루된 A사를 수사하는 과정에 B씨가 간여했음을 파악했다. 검찰을 향해 날을 세우던 경찰관이 다른 불법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검찰로선 호재임에 분명하다. 검찰이 사천경찰서에서 확보한 압수물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 사천경찰의 분위기는 “별 거 없을 것”이란 반응이지만. 참고로 B씨는 A사 뇌물 사건에 연루되기 이전에 이미 경찰복을 벗었다. 사천경찰서 재직 시 부하직원의 인사 청탁에 따른 말썽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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