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고해린 기자] 2019년 5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여섯 달 동안 모두 스물다섯 가족을 만났다. 솔직한 소감을 말하자면, 싸우면서 정들었던 친구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는 것처럼 ‘시원섭섭’한 느낌이랄까?

▲ '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의 주역들. 스물 다섯 가족과 기자의 사진을 하트로 형상화했다.

그들 각자가 살아온 시간 속을 거닐어 보고, 그들의 눈동자를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만난 그 순간에는 나도 그 추억 속에 빠져들었다는 것.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대사를 빌려오자면, ‘모든 날이 좋았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하루하루 사회의 모든 것들이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스마트해지는 시대다. 이제는 아날로그의 산물이 되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애물단지가 된 비디오테이프와 사진들을 변환해 주고, 그 속에 담긴 가족 사랑을 담아내고자 시작한 ‘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그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갈무리하고 서랍을 닫기 전, 그동안 우리가 나눴던 추억들을 돌아봤다.

# ‘어떤’ 테이프들이 있었나요?

비디오테이프 중 가장 많은 종류는 주로 결혼식과 신혼여행이 담긴 비디오였다. 다음으로는 자식들이 어릴 때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많았고, 이 외에도 가족들이 함께 떠난 여행의 순간을 담은 비디오 등이 있었다. 비디오테이프에 따라서 인터뷰 컨셉이 정해지는 만큼, 인터뷰 기사 주제도 부부의 연애담과 결혼 에피소드를 주로 다룬 것이 많았다. 부모 자식 사이의 이야기, 자기 자신의 직업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 등이 뒤를 이었다.    

# CD와 USB를 받은 가족들

많은 분들이 지금은 다시 보기 힘든 옛 추억을 다시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변환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겨 주셨다. 그중에서도 몇 분의 소감을 독자들에게도 전한다. 

서랍 인터뷰의 첫 번째 주인공 강외숙 씨는 “감회가 새롭고, 지금은 안 계신 분들이 너무 많아 눈물이 나네요”라는 얘기를 해 주었다. 인터뷰 때에도 함께 비디오테이프를 틀어보며 지나간 세월의 두께를 매만졌던 그녀였다.

네 번째 인터뷰를 했던 조평자 씨는 “그 시절 젊은 날의 내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주변 가족들의 반응도 감동이었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녀는 무려 여섯 명의 후보를 추천해 주며, 서랍 속 인터뷰 코너의 ‘애독자’임을 인증했다. 

열일곱 번째 인터뷰 주인공 채상미 씨는 문자 메시지로 ‘누군가의 실수로 아이 돌잔치 스냅사진이 없어져 속상했는데, 더 좋은 풀 영상이 생겼네요~ 뉴스사천 고맙습니데이♡’하는 귀여운 소감을 남겼다.

# 좌.충.우.돌

순탄할 것만 같았던 인터뷰는 섭외 단계에서부터 꽤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큰 문제는 생각보다 비디오테이프를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많이 없었던 것. 초중반까지는 변환 신청을 해주시는 분들도 꽤 있었지만,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말에 갑자기 거절을 하셨던 분들도 있었다. 또, 인터뷰는 하고 싶지만 비디오테이프가 없어 아쉽게 인터뷰를 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생각보다 가족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으려는 분도 있었고, 매주 다음 주 인터뷰의 주인공을 고민하고, 행여나 ‘펑크’가 날까 고민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위의 많은 분들이 선뜻 추천을 해주시고, 많이 끌어주셨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 주신 스물다섯 가족들에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한다.  

# 에필로그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 한 명을 꼽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가슴 속에서 자꾸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11월 15일 박영옥 씨와의 스물네 번째 인터뷰를 마쳤을 때, 여섯시 반인데도 집 밖은 온통 암흑이었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캄캄했다. 박영옥 씨는 집 밖으로 나와, 괜찮으니 들어가시라는 만류에도 끝까지 배웅했다. 기자가 탄 차가 저만치 동네 입구로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손님이 어두운 밤길을 잘 헤치고 가는 지 바라봤던 것 같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나름대로 그들에게 받았던 느낌과 분위기를 사진으로 담아내고자 했지만, 실제로 그것이 의도대로 전달됐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모두에게서 느낀 공통점은 ‘온기’였다. 

크기와 표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인터뷰를 함께했던 많은 분들이 ‘말’로, ‘행동’으로, ‘눈빛’으로 따뜻함을 전해주었다. 지면에 담아낸 가족 이야기에서 번진 온기가 독자들의 마음에도 난로처럼 훈훈하게 와닿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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