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겨울왕국 2>

▲ '겨울왕국 2' 포스터.

“어떡해요. 엘사가 새 드레스를 입었어요.” <겨울왕국 2>를 본 엄마들이 얇아질 연말의 지갑을 걱정하며 하는 말이다. 2014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지 5년 만에 돌아온 <겨울왕국 2>는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불러들이는 마법을 연출하며 초특급 흥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스크린 독과점 등의 문제가 불거졌지만 당분간 이 승자독식의 논리를 비켜가기는 참 어려워 보인다. (참고로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독립영화의 미래는 담보할 수가 없다. 오래전 똑같은 문제를 겪었던 헐리웃에서는 파라마운트 판결로 인해 불법으로 결론이 났고, 진통을 겪은 후 지금의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겨울왕국 2>의 가장 큰 미덕은 오랜 기다림이 야속하지 않게 더 풍성해진 볼거리와 줄거리로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점이다. 단단해진 메시지는 이 겨울을 녹이기에 충분하며, 변화에 부응하듯 더 이상 왕자가 필요 없는 주체적 여성 서사도 점수를 줄만 하다. 다만 기대해 마지않았던 OST는 한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아서 수능 금지송이 되었던 ‘Let it go’ 수준의 폭발력이 아니어서 살짝 아쉽다. 아무튼 과거의 비밀과 새로운 운명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엘사와 안나의 여정에 동참한 103분은 전혀 아쉽지 않다. 숨 쉴 틈 없이 달렸음에도 피로감보다는 감동의 여운이 더 진하게 남는다.

쥬라기와 백악기 시대의 공룡은 멸종했지만 영화계의 공룡이 된 디즈니는 시대의 요구와 감성이 교차하는 정확한 지점을 포착해 상업화한다는 영리한 생존 전술까지 갖췄다. PIXAR를 인수해 3D 노하우까지 제대로 확보하면서 한층 진일보한 디즈니의 기술력은 <겨울왕국 2>에서 제대로 포텐셜이 터졌다. 엘사의 드레스를 보라,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영상미가 그냥 압권이다. 여기에 가족과 자연을 아우르며 세계관의 폭을 넓혔으니 한동안 겨울왕국 앓이를 할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널렸다. 

2019년 겨울 경쟁자가 없는 이 애니메이션은 전편을 이어 아이들에겐 새로운 추억을, 어른들에겐 동심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신문기사를 보니 놀랍게도 겨울왕국 1편이 개봉했을 때 초등학교 6학년이 올해 고3 수험생이 되었다고 한다. 궁금한 것이, 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성인도 아닌 어중간한 연령대의 이 친구들에게는 과연 새로운 추억이 될까 동심의 자극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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