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신의 한 수 귀수편>

▲ '신의 한 수 귀수편'포스터.

2014년에 개봉한 <신의 한 수: 사활편>은 바둑과 액션이라는 낯선 조합에다 정우성이라는 탑배우가 등장해 꽤나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매일 바둑TV만 틀어놓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비록 돌 놓는 손 맵시가 좀 어설프긴 했어도 뒷골목 내기바둑 이야기에 즐겁지 않을 리가 있을까. 그러다 더 보여줄 게 남았다고 주장하면서 스핀오프 격인 <신의 한 수: 귀수편>이 개봉했다. 

바둑 격언에 ‘묘수 세 번이면 진다’는 말이 있다. 묘수를 세 번이나 둬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질 수밖에 없으니, 아예 묘수를 둘 일이 없게 만들라는 뜻이다. 공인된 격언은 아니나 ‘떡수 세 번이면 무조건 진다’는 말도 있다. (병살타 세 번이면 진다는 야구 잠언과 유사하다) 그러면 떡수를 남발하다가 결정적 묘수 한 수를 뒀다면 그 바둑은 성공한 걸까 실패한 걸까. 

<사활편>이나 <귀수편>이나 모두 한 마디로 정의 내리면 복수극이다. 주인공이 마침내 복수를 완성했을 때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다. 그러니까 화면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관객과 주인공은 2인 3각 달리기를 하는 파트너인데, 어릴 때 동네 깡패에게 100원짜리 하나 빼앗겼다고 수십 년이 지나서 되갚아주는 주인공을 보면서 ‘그래, 잘 했네~!’하고 박수 쳐줄 관객이 과연 있을까. 즉, 주인공이 처절한 액션을 벌이고 복수를 벌이는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무지 명분이 약하다. 이게 떡수가 아니면 무어랴.

뜬금포 남발하듯 등장하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들은 도무지 영화와 밀착감이 생기지 않는다. 사공 많은 배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열심히 노를 젓는 형국이니 이것도 떡수다. 구성이라도 좀 멋지게 해서 바둑이나 액션이나 맞물려 돌아가면 좋으련만 ‘우리 열심히 영화 만들었어요!’ 하고 백화점 상품 진열하듯이 무작정 다 꺼내서 보여주기 바쁘다. 덕분에 화면 속 처절한 싸움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으니 그래서 떡수다. 

그래도 묘수를 한 수 뒀으니, 액션은 꽤나 볼만하다. 사실 전작이나 프리퀄이나 바둑을 소재로 끌어왔을 뿐이지 보여주고자 하는 건 누가 뭐라고 해도 액션이다. ‘우리는 원래 액션영화였어요.’를 강변하는 노력이 보여서 슬며시 흥미가 돋는다. 물론 이야기와 밀착감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떡수로 도배한 바둑에 묘수 하나 곁들이고 나니 그럭저럭 킬링타임용 액션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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