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82년생 김지영>

▲ '82년생 김지영' 포스터.

영상매체와 활자매체는 다르며, 대체로 시청각으로 바로 와닿는 영상매체의 파급력이 더 세다. 머릿속으로 그려보거나 경험을 반추하고 상상을 통해 감정 이입하는 것이 소설과 활자매체의 방식이라면, 영화와 영상매체는 시청각을 입체적으로 자극하고 현실성을 부여한다. 즉, 감각을 공유하기가 더 쉽다는 의미다. 

다만 2시간 내외라는 짧은 시간적 제약 때문에 소설을 영상화할 경우 이른바 가지치기를 잘 해야 한다. 전해야 할 핵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자극적인 영상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은 꽤 성공적이다. 소설의 불필요한 요소들은 조금 더 정리되고 감정선은 끌어올려서 영화만의 리듬으로 재탄생 했다.

최근 들어 <82년생 김지영>만큼 논란이 됐던 영화가 또 있었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논란이 될 이유가 전혀 없는데, 페미니즘과 결부되면서 때로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논쟁이 벌어진다. 결론적으로 <82년생 김지영>은 인간에 대한 영화다. 그리고 여성에 관한 영화다.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 영화가 하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으면 하고, 할 수 없으면 안 하면 된다. 이 영화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82년생 여성의 위치는 묘해서, 영화는 평범하게 그저 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볼 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근원적이며 민감하기도 한 문제를 건드린다. 다소 흔한 ‘김지영’이라는 이 이름마저 보편적 공감을 끌어내는 장치로 충분히 기여한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도 좋은 편이라 말하고자 하는 바가 선명히 읽힌다. 

제작 소식이 들릴 때부터 주연 배우는 악플에 시달리고, 개봉도 하지 않았는데 평점테러가 난무하던 것을 상기하면 현재의 상황은 무척 평온하다. 박스 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반복하지만 영화의 공감 요소 때문이다. 남성을 억지로 끌어내리거나 조롱하지 않으며 여성을 굳이 추켜올리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가족, 혹은 인간에 관한 영화로 읽힌다. 공감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불편할 이유가 없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고 인식도 발전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그 흐름의 핵심 동력까지는 안 되더라도 변화를 이끄는 데 보탬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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