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한연옥·박진희 부부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추억의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가족이야기를 들려줄 스물한 번째 주인공은 한연옥(58)·박진희(66) 씨 부부다. 부부는 송포동에 있는 ‘배누리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는 한연옥 씨와 진행했다.

▲ 서랍 속 인터뷰 스물한 번째 주인공 한연옥 씨.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뭐 차나, 배즙 한 잔 드릴까요? 생강이 들어가서 맛있어요.”

한 씨가 트럭을 타고 농장에 들어서자, 마당에 자유롭게 누워있던 강아지들이 벌떡 일어나 짖으며 주인을 반겼다. 울타리 안의 닭들도 푸드덕거렸다. 한 씨가 익숙한 듯 몇 번 이름을 부르자, 강아지들은 금세 조용해졌다.  

“남편하고는, 83년도에 선으로 처음 만났어요. 우리 고모가 중매를 했지요. 둘 다 사천 토박이에요. 그때는 순진하고 하니까, 선을 보면 결혼하는 줄 알았죠.”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른 것은 1984년도 10월 7일. 삼천포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일까, 결혼식 당시에 어땠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단다. ‘미운 정 고운 정’이라며 한 씨가 미소 지었다. 

부부가 농장을 운영한 것은 200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8년째. 사천에서 귀농해 농장을 하기 전에는 부산에서 신혼생활을 했단다. 그렇다면 왜 부부는 사천으로 귀농을 한 걸까?

“땅을 여기 사는 바람에... 귀농은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요. 둘 다 고향이 사천이고 시골에서 자라긴 했지만, 전원생활이 꿈이었어요. 그렇게 농장도 시작했죠.”  

부부는 매일 농장 운영으로 바쁘단다. 남편 박 씨는 농장을 관리하고, 한 씨는 체험을 주로 맡고 있다. 농장 크기만 3000평이고, 그중에서 배를 심은 땅이 2000평이란다. 10년 전, 9마리로 시작한 닭은 어느새 400마리가 됐다. 또 7마리의 강아지, 유산양 3마리, 미니돼지 2마리, 토끼 3마리도 어엿한 농장 가족이다. 두 사람이 오롯이 다 관리를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먹이만 주면, 알아서 살 수 있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요. 그렇게 손길이 많이 가지는 않아요. 배농사로 시작한 농장이라 배가 온 세상에 가득하라고 ‘배누리’로 이름을 지었죠. 농장에서 아이들 학습과 연계된 체험을 하기 때문에 ‘교육농장’이에요.” 

이곳에서는 달걀에서 병아리가 되는 과정을 학습과 연계한 ‘닭 한 살이’ 체험, 그 닭이 낳은 알로 만드는 ‘천연 발효 빵 만들기’, 블루베리·체리·배·키위 등 ‘계절별 과일 따기’, ‘동물들과의 교감’, ‘나무 생활 소품 만들기’ 등 다양한 자연 친화적 체험들을 할 수 있다. 한 해 농장 방문자만 7000명이라니, 웬만한 관광지 저리 가라다.

한 씨 부부는 어떻게 교육농장을 운영할 생각을 하게 됐을까?

“귀농하기 전에 일본어를 조금 배웠어요. 일본 방송을 틀어놓고 보다가, 한 평짜리 땅에 애들 모내기를 시키고, 또 가을이 되면 아이들에 낫을 들려서 탈곡을 하는 체험을 봤죠. 그걸 보고 ‘아! 나도 시골 가면 저런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부부가 귀농을 한지 얼마 안 됐을 때쯤, ‘놀토’, ‘주 5일 근무’가 생겨났다. 한 씨는 그걸 보고 사람들이 주말에 많이 놀러 다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무작정 귀농한 게 아니라, 그때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하며 준비를 해 온 것. 

다시 가족 얘기로 돌아와, 부부는 슬하에 외동아들을 뒀다. 아들은 이미 커서 자신의 가정을 꾸렸단다. 

“아들이 대학을 가면서 타지로 나가서, 10년 정도 떨어져서 살았지요. 그러다 보니까 그닥 크게 애틋하거나 그렇지도 않아요.(하하) 각자 열심히 살고 있어요. 또 아들도 2세를 낳아보면 부모 마음을 알지 않을까 싶어요. 다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거죠.”

앞으로 한 씨의 목표는 교육농장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투어 식으로 볼 수 있는 개방형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부가 일만 하고 사는 것도 아니다. 남편 박 씨는 드럼을 치고, 한 씨는 가구 조각, 바느질, 퀼트, 포크아트 등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 이 정도면 금손 중에서도 금손이 아닌지. 

“오늘도 요 만한 꼬마들이 농장에 왔다 갔어요. 요즘 없어지는 직업도 많은데, 저는 다행히 생겨나는 직업을 택한 거죠. 그래서 시골에 있지만 젊은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시대 흐름을 잘 탄 거겠죠.(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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