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경남, 학교 친일 잔재 조사 뒤 “청산” 목소리
사천 학교에도 ‘교화·교가·교포’ 등 문제 있어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줄여 교육희망경남)가 10월 23일 경상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내 친일 잔재를 청산하자고 주장했다.

▲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가 경남 도내 전 초중고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학교 내 친일 잔재를 청산하자고 주장했다.

교육희망경남은 경남 도내 전 초중고 960여 곳을 대상으로 학교의 교화, 교목, 교훈, 교가 등에 남아있는 친일 잔재를 조사했다. 조사는 학교 홈페이지와 친일인명사전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 사천의 경우 일본 철쭉을 개량해서 만든 연산홍이 교화인 학교가 총 4곳으로 드러났다. 관내 학교 중 교가에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작사·작곡가는 다행히 없었다. 

하지만 교가 중 ‘건아, 새마음 새일꾼, 대한의 기둥, 성실과 근면, 절개’ 등 전근대적인 내용이 포함된 학교가 12곳이었다. 그리고 교가 중 성인지적 관점에서 ‘일천 건아, 꽃봉오리들, 배움의 처녀, 현모양처 거울 되어, 순결한 그 마음씨’ 등 문제가 되는 내용을 포함한 학교가 6곳이었다.

사천의 한 초등학교는 일본이 제 2차 세계대전기간 중 사용한 전범기이자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교표를 사용하고 있어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관계자는 “이미 올해 9월 학교 측에서 문제가 되는 교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동창회나 졸업생, 재학생, 교직원 등 많은 이들의 의견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 지연된 점이 있다”며 “다음 주부터 의견조사를 시작해, 교표를 바꾸는 절차를 적극적으로 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교가 중 성인지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 내용이 포함된 사천의 한 고등학교 측은 “항상 교가를 부를 때는 1절만 불러서,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무심히 넘어가기도 했다”며 “협의와 절차를 거쳐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가사를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사 결과 경남도내에서 친일 잔재로 지적되는 꽃과 나무가 교화‧교목인 학교는 모두 142곳이었다. 

조두남, 현제명, 김성태, 최남선 등의 친일 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쓰는 학교는 20곳으로 밝혀졌다. 또한 유치환, 이은상 등 친일 논란이 있는 인사의 곡을 쓰는 학교도 23곳이었다. 이밖에도 교육희망경남은 교훈과 교가에 있어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이거나, 전근대적인 내용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진숙 교육희망경남회장은 “도교육청에서 지난 8월 도내 학교 친일 잔재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내용이 제한적이라 직접 지역 학교를 살펴보고자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경남지역 학교 내 친일 잔재가 청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1945년에 광복을 맞이한 지 7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잘못된 역사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없다면, 이는 그대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대물림 될 터. 아이들이 배움의 나래를 펼치는 학교 현장이 친일 잔재를 뿌리 뽑고, 어떻게 탈바꿈할지 계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