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보로에어쇼, 군수보다 ‘민수’ 더 각광···미래산업 경연장
파리에어쇼, 프랑스 항공산업 산 증인···항공도시 가치 알려
싱가포르에어쇼, 글로벌컨벤션 인프라 강점···아시아의 허브
사천에어쇼, 국제에어쇼 준비···지금까지 노력에 내실 기해야

▲ 서울 ADEX에 전시됐던 KFX 모형.(사진=KAI)

[뉴스사천=김학록 시민기자] ‘서울ADEX 2019’(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9)가 10월 20일 폐막했다. 올해 행사는 지난 15일부터 엿새간 성남 서울공항 일원에서 열렸다. ADEX 운영본부에 따르면 34개국 430개 업체가 참가했고, 업계 영업비밀로 비공개한 실적을 제외하고서도 210억 달러 수준의 상담실적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서울ADEX는 격년으로 열리는 대한민국 대표 항공우주 국제행사이다.

10월 24일부터 ‘항공우주 수도’ 사천에서도 ‘사천에어쇼 2019’가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서울ADEX가 격년으로 열리는 행사라면 사천에어쇼는 매년 열리는 행사다. 화창한 가을에 KAI 본사가 있는 사천비행장 일원에서 전 세계 관광객과 항공 마니아들을 기다린다. 올해에는 서울 ADEX가 열려 비슷한 시기의 중복된 행사라 김이 빠지지 않냐고 흥행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는데, 십 수 년 그래 왔고 사천만이 보여주는 에어쇼의 매력도 강해 ‘2019 사천에어쇼’를 기대해도 좋다고 단언한다.

내친김에 세계 3대 에어쇼를 소개함으로 사천에어쇼의 가능성을 진단 해보는 것도 에어쇼를 구경하는 색다른 재미라고 본다. 세계 3대 에어쇼하면 단연 영국 판보로에어쇼, 프랑스 파리에어쇼 그리고 싱가포르에어쇼를 손꼽는다, 1909년부터 시작된 항공 산업은 그 자체로 ‘첨단 미래산업’이라는 매력을 안고 있고 지금도 공상과학 영화의 으뜸 소재가 되고 있다.

▲ 2018 판보로에어쇼 행사장 전경.(사진=사천시)

판보로 국제에어쇼
판보로에어쇼가 열리는 영국 햄프셔 주 판보로공항은 런던근교 우리 같으면 성남공항 정도에 있다. 에어쇼는 격년으로 열리는데 짝수년도 7월 중순에 7일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금요일까지는 비즈니스 행사로 열리고 주말과 휴일인 이틀간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공개 행사를 갖는다.

영국의 에어쇼는 런던 근교 헨든에서 1920년 연례 영국공군에어쇼가 열린 것이 효시다. 1932년 영국항공협회가 결성되고 영국 항공 산업의 대표로서 16개 업체 35대의 항공기가 전시됨으로서 항공박람회의 성격을 처음 갖추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되었다가 런던 북부 래들릿에서 1946년에 재개되었다가 영국왕립항공연구소가 있는 판보로로 1948년부터 옮겨와 지금까지 세계 대표 항공박람회로 자리 잡고 있다.

2018 판보로에어쇼에서는 988억 달러 1285대의 각종 항공기 계약이 체결되었을 정도로 세계적 마켓이 열렸다. 격년으로 열리는 행사라서 최신 트렌드로 주목받는데, 2018년은 전투기 분야에서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가 목업으로 전시돼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후속 기종이다. 판보로는 군수보다 오히려 민수용 사업이 더 각광을 받는다. 미래형 가상(VR)과 증강현실(AR)을 접목한 가상 조종시스템 등과 전기비행기, 플라잉카 등이 2018년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그 무대가 바로 판보로에어쇼였다.

2018년 판보로에어쇼에는 100개국 8만여 명의 비즈니스 인사가 모여들었고, 10대 주요항공기 제작사의 CEO가 총망라된 행사였다. 당연히 우리나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해 한화, LIG넥스원 등도 비즈니스샬레를 꾸며 수출 상담에 임했다.

▲ 1927년 파리에어쇼에 전시된 린드버그의 비행기.(사진=파리에어쇼)

파리 국제에어쇼
파리 르부르제공항에서 열리는 파리에어쇼는 그 자체로 항공 산업의 역사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항공박람회로 올해 53회를 맞는다. 자동차시대에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시대가 이 박람회를 계기로 촉진된 셈이다. 1909년부터 시작된 이 박람회는 홀수년 6월에 격년 단위로 개최되어 판보로에어쇼와 중복을 피하는 모양새다. 1908년 파리모터쇼의 일부를 할당받아 출범한 행사가 이듬해부터 독자적 항공박람회로 발전했다. 판보로에어쇼 보다 하루 많은 사흘간의 일반 관람이 허용된다.

1927년 미국인 찰스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넘어 단독 대양 항해에 성공했는데 이때 착륙한 공항이 르부르제공항이다. 사람들에게 린드버그가 최초의 대서양 횡단을 성공한 조종사로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이미 1919년부터 66명의 각종 비행기 조종사가 대서양 횡단을 성공했지만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기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그것은 성공해도 실패’라는 말이다. 린드버그는 세인의 관심을 끌며 파리 르부르제공항에 처음내린 대서양 횡단 조종사다. 린드버그가 타고온 비행기 이름이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이다.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이 파리 가치를 알고 착륙했기에 지금까지도 파리가 항공도시로 존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겸해본다.

그 당시 파리는 세계 산업의 심장이고 이곳에 내려야만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린드버그가 내린 르부르제공항은 이제 박물관으로 전세기 공항으로 뒤꼍에 앉았으나, 금년 파리에어쇼에서 49개국 2453개 업체 14만여 명의 항공우주분야 종사자들이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1400억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키고 우리나라에서만 KAI를 비롯한 33개 업체가 참여해 기술을 선보였다.

▲ 싱가포르에어쇼의 KAI 특별 전시관 모습.(사진=KAI)

싱가포르 국제에어쇼
싱가포르에어쇼는 2008년부터 출범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항공박람회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에어쇼다. 규모와 방문객 수에서도 어느 에어쇼에 뒤지지 않는 지리적 장점을 가진 비즈니스 마켓을 이루고 있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짝수 격년제로 2월 초에 6일간의 일정으로 열고 2018년으로 6회째 행사를 끝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허브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 주요 항공 산업의 거점이 조성되어 있는 도시국가이다. 항공관련 MRO 종사자만 해도 2만 명이 훨씬 넘는다. 아시아 전체 MRO시장의 25퍼센트를 점하고 있는 위상에 걸맞게 세계 메이저 항공관련 사업자가 참가한다.

싱가포르의 강점은 글로벌컨벤션 인프라가 잘 확충되어 있고 창이공항이 세계 공항으로서 가진 장점, 컨벤션 기능의 편리함 그리고 싱가포르 교통성의 항공 산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일궈낸 비즈니스 모델이다.

2018년 싱가포르에어쇼는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에게는 불운한 장소로도 유명한데 에어쇼에 참석한 블랙이글의 마지막 비행기가 타이어 파손으로 전복돼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악몽을 안긴 행사다.

세계 최고 꿈꾸는 사천에어쇼
사천에어쇼가 세련미를 더해간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사천경남항공우주엑스포’라는 긴 이름을 가졌다가 군더더기를 다 털었다. 깔끔해서 좋다.

올해는 KFX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사업이 시제기 제작에 돌입한다. 그래서 ADEX에서 시제기 목업이 전시되기도 했다. 스텔스 꿈의 전투기가 배치되기 시작했고 조만간 사천에서도 이들 비행기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 지금 사천은 대한민국 전투기의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KFX 핵심 기술은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와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 4개 부문의 체계통합기술을 국산화하고 확정설계(CDR)에 반영해 2021년 KFX 시제기를 완성할 예정이다. 

헬기분야에도 수리온에 이어 LCH/LAH 사업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KF-16의 디지털화와 AESA 성능개량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록히드마틴과의 협상 무대를 통해  T-50A의 무장 고도화도 강화할 수 있어 T-50A와 KFX 로하이급의 수출로 미국 고등훈련기 수주 실패에 따른 주춤한 분위기도 반전을 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천시는 그동안 에어로마트 글로벌화를 꾀해 프랑스 ABE사와 글로벌 에어로마트 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제시장에서 사천에어쇼의 위상을 높여 왔다. 지난 9월 성료한 에어로마트 2019에서는 국내외 71개 항공관련 기업과의 비즈니스 상담에서 500여 건 2억4000만 달러의 상담실적을 올렸다.

MRO산업공단 역시 동북아 MRO 허브를 목표로 빠르게 터를 닦고 있다. MRO산단이 완성되면 자연스레 대형 행거동이 에어쇼 기간에 비즈니스 컨벤션센터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아 사천에어쇼가 동북아 제2의 KOREA ADEX의 지위를 갖추게 될 것이다. 또한 사천시가 의욕을 보이며 추진하고 있는 사천공항 남중권 대표공항론은 동남권 신공항의 잡음을 해소할 대안으로 남부권 주요 도시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그 실현에 따라서 비약적 도시발전과 항공우주 에어쇼의 국제화도 함께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동안 노력한 사천시의 항공우주도시로서의 착실한 준비와 시민의 소프트웨어적인 참여가 가미된다면 제4의 국제에어쇼로서의 지위가 기적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항공기와 우주발사체의 핵심 기관이 모두 자리하고 있는 사천이 세계 제 4의 에어쇼로 발돋움하는 것이 꿈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는 벌써 서울 ADEX현장의 전문가의 입에서 입으로 전한다. 방산수출 20억불 시대를 맞아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에 내실을 기한다면, 사천에어쇼는 미래 먹거리 대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