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 송창섭 시인.

“일일부독서(一日不讀書) 구중생형극(口中生荊棘)”이라 쓴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 찍힌 손도장이 떠오릅니다. 약손가락의 셋째 마디를 거리낌 없이 내놓아 그의 비장한 각오를 천명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새끼손가락은 다섯 손가락 중에서 맨 끝에 있는 가장 작고 가는 손가락으로 손가락의 막내라 하겠지요. 약속을 하면서 꼭 지키자는 의미로 손가락을 걸 때 쓰고, 손가락을 편 상태에서 약간 굽혀 까딱거리며 애인을 나타낼 때 씁니다. 귓구멍의 가려움증을 풀거나 콧구멍을 후빌 때에도 한몫을 하지요. 

그런데 이 새끼손가락이 뜻밖에 길면 이는 기형이 아니라 예술가 기질이 뛰어남을 뜻한다고 하지요. 또 새끼의 바깥 부위를 누르면 빈혈, 하혈, 출혈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새끼라고 얕잡아보아서는 안되겠습니다. 딴 이름으로 다섯째 손가락, 계지(季指), 소지(小指), 새끼지, 수소지(手小指)라 부릅니다. 

다섯 손가락 중 가장 긴 가운데손가락 옆에 있는 검지와 약지를 비교해 보면, 어떤 이는 검지가 길고 어떤 이는 약지가 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자랄 때 어떤 호르몬에 많이 노출되느냐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이지요. 이는 남녀 누구든 검지가 긴 사람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이 많고, 약지가 긴 사람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섯 손가락은 그 모양과 길이가 다른데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아체라는 기관이 분화하면서 생깁니다. 이때 ‘소닉 헤지호그(Sonic Hedgehog)’라는 유전 단백질이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속담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못난 자식일지라도 부모로서는 한결같이 소중한 자식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요.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점이 생기지요. 한 손에 손가락은 왜 다섯 개일까요? 

영국의 이론생물학자인 크리스 하야스Chris Hayes는, “만일 동물의 손가락이 다섯 개를 넘으면 제대로 걷거나 뛸 수 없을 정도로 손뼈가 뒤틀리기 때문에 먹이를 잡거나 약탈자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손가락이 5개를 넘어 진화한 것은 없다.”고 하면서 다섯 손가락이 최적의 숫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손목뼈의 크기와 이에 연결된 손바닥뼈와 손가락뼈의 구조적 편리성을 생각할 때 다섯 개가 최고의 안성맞춤이라는 의견이지요. 진화하고 변천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보다는 알맞은 것을 취한 자연스러운 현상이 빚은 결과라는 얘깁니다. 

앞서 손가락뼈는 모두 14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두 마디를 가진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은 각각 세 마디로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손바닥과 연결되는 손가락뼈의 첫째 마디를 일러 기절골(基節骨 몸 쪽 손가락뼈)이라 하고요, 중간 마디 곧 손가락뼈의 둘째 마디를 가리켜 중절골(中節骨 중간 손가락뼈)이라 합니다. 손가락의 끝 마디로 손가락뼈의 셋째 마디를 말절골(末節骨 먼 쪽 손가락뼈)이라 부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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