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두번할까요>

▲ '두번할까요' 포스터.

철없는 남자,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어이없던 아내는 ‘이혼식’을 해야만 이혼해주겠다고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는데, ‘싱글 라이프’를 꿈꿔온 남자는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자세로 쪽팔림을 무릅쓰고 말도 되지 않는 이혼식을 강행한다. 이제 행복한 꽃길만 펼쳐질 거라는 생각에 말이다.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수도 없이 많은데, 이 많은 영화들은 비슷한 듯 제각각이라 마음에 새기는 잔상의 모양도 다르다. 그래서 사랑은 계속 소비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소재이나, 이 빤하고 빤한 소재를 어떻게 개성 있는 상품으로 창작해낼지가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혼식’이라는 흔하지 않은 시퀀스로 포문을 여는 <두번할까요>는 시작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는 왜 이렇게나 신지, 개살구도 이런 개살구가 없다. 

이미 헤어진 남녀가 미련이 남아 서로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까지도 괜찮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이 그럴 수 있는 일이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의 외형을 갖추려면 영화적 재미가 있어야 하건만, 식상한 에피소드들은 끝도 없이 늘어지고 캐릭터들 역시 개성 없이 떠돈다. 명색이 로맨틱 코미디인데 코미디는 구태의연하고 타율조차 떨어지며 로맨틱은 납득하기 어려운 캐릭터와 상황으로 도무지 감정 이입이 안 된다. 반복되는 우연으로 근근이 이어가는 서사는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쯤 되면 킬링타임용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시간이 아깝다.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누군가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판타지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현실을 위로받는 치유의 시간일 수도 있다. 바쁜 현대인에게 두 시간이란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만큼 고비용이 아니던가. 그래서 다른 것 다 떠나서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설 때 영화를 보느라 소비한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 후회가 되면 힘들다. 

무엇보다 관객은 저마다 다른 크기의 불평을 늘어놓으며 잊으면 그만이지만 창작자에게는 두 번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속칭 망작을 만든 사람에게 투자할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박용집 감독의 전작을 보면 단지 흥행하지 못했을 뿐이지 이야기를 다루는 재주가 있는데, 그 흥행하지 못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까. 이렇게나 허술한 영화도 나름 기념비적이긴 하다. 다시 연출할 기회가 닿는다면 뚝심 있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그런 영화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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