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가장 보통의 연애>

▲ '가장 보통의 연애' 포스터.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를 ‘잘’ 만드는 것과 실제 연애를 ‘잘’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직한 생각에 정답이 있으랴마는 조사를 통한 통계나 보편적인 추정치는 있으니, 사랑에 대한 환상이 강한 10대를 지나 20대 시절에는 불멸의 사랑이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그린 영화의 호응도가 높다. 일명 YA(Young Adult) 계열의 소설이 영화가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타깃 연령층의 감수성에 맞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0대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보통의 연애>는 환상을 포기하기에는 이르고, 환상만 품고 살기에는 사는 것도 연애도 너무 팍팍한 현실 30대의 연애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자다가 이불킥을 했던 마치 내 이야기인 듯 부끄럽고 지우고 싶지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음직한 순간들을 속살까지 과감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래서 이것은 ‘로맨스의 외피를 두른 다큐멘터리’라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로 말이다. 달달 아련한 로맨스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으나, 이것도 로맨틱 코미디의 또 다른 재미 아니겠는가.

서로 다른 성격의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는 과정은 정말 가장 보통의 연애 방식인데 영화는 굳이 여기에 ‘환상’을 덧씌우려 하지 않는다. 상처받은 순정남과 뒤통수를 치고 떠난 연인 때문에 뒤끝 있는 이별을 하는 현실녀, 30대 남녀의 현실 로맨스는 어디서 본 듯하지만 결코 고루하지가 않다. 김래원, 공효진 두 배우의 조합에서 기대되는 보통의 로맨스 밑그림을 뒤엎고 거침없이 달려가는 전개는 경쾌하고 매력적이다. 거르지 않고 터져 나오는 ‘요즘식’ 직설화법도 대리만족을 주기에 충분하다. 진부하지만 깔끔하고 튼튼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영화를 끌고 가는 균형감과 요즘 빠지면 섭섭한 유머 코드를 버무리는 솜씨도 좋다. 무엇보다 장편 데뷔작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신인 감독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걸핏하면 술에 기대는 전개만큼은 상투적인데, 한편으로는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의 삶에서 술을 빼면 또 뭐가 남겠나. 몸에 피 대신 술이 흐른다는 사람이 주변에만 4열종대로 연병장 열 바퀴는 돌고도 남는다. 취기를 제어 못하는, 안 하는 사이에 사고는 터지는 법이며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핑계를 댄다. ‘항상, 술이 문제다.’ 사실 술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먹는 사람이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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