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 송창섭 시인.

하지만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해 사람을 죽이라는 부정적인 의미의 지시로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주먹을 쥘 때 엄지손가락을 네 손가락 안으로 집어넣으면 이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소심한 성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합니다. 아무튼 엄지는 다섯 손가락 중 가장 강한 힘을 지녔으며 크게 회전하는 등 활동 반경이 가장 폭넓고 자유로운데 이는 엄지 아래에 있는 ‘엄지맞섬근’이라는 두터운 근육이 있기 때문이지요.  

엄지손가락이 지닌 이 같은 다양한 효율성으로 인해, 해부학자인 알비누스Albinus는 사람의 엄지손가락을 “또 하나의 작은 손”이라고 했으며,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엄지손가락 하나만 갖고서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 할 정도로 엄지손가락을 찬양했습니다. 미국의 의대 교수인 존 네이피어John Napier 역시 엄지손가락을 일러 “진화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지요. 엄지가 진화의 일등공신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이런 엄지손가락의 별칭으로는 엄지, 엄지가락, 대지(大指), 무지(拇指), 벽지(擘指), 거지(巨指)가 있습니다. 

엄지 다음에 있는 손가락은 집게손가락입니다. 엄지와 힘을 모아 무언가를 집을 때 사용하기에 붙인 이름이지요. 두 번째 자리에 있다 하여 둘째손가락이라 이르기도 하는데, 사전에서는 이를 집게손가락의 경기, 충북 방언이라고 기술해 놓았지요. 장소나 사물을 가리킬 때 쓰고, 예의를 저버리는 행동이기에 삼가야겠지만 사람을 가리키며 삿대질을 할 때도 씁니다. 또 집게손가락이 잘 발달한 사람은 몸 전체의 뼈대가 튼실하다 하여 건강의 척도로 삼기도 합니다. 달리 검지, 두지(頭指), 식지(食指), 염지(鹽指), 인지(人指)라고 칭하기도 하지요.

가운뎃손가락은 다섯 손가락 중에서 가장 길며 한가운데에 있기에 붙인 이름입니다. 잘못을 저지르거나 장난으로 가위바위보 놀이를 할 때, 딱밤이라 하여 손가락으로 이마를 때리는 경우에 많이 쓰지요. 서양에서는 상대를 욕하거나 비하할 때 나쁜 의미로 사용합니다. 

이 셋째 손가락이 유난히 길면 지적 능력과 기억력이 우수해 학문 연구에 적합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리력이나 언어 인지도, 논리력이 부족하면 오른손 가운데손가락 끝을 눌러 주고, 문학 창작력이나 이미지 활용이 떨어지면 왼손 가운데손가락 끝을 눌러 주면 기능 향상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중지(中指), 장지(將指), 장지(長指), 장짓가락(長指가락)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약손가락은 가운뎃손가락과 새끼손가락 사이에 있는 네 번째 손가락을 이릅니다. 별칭으로 무명지(無名指), 약지(藥指), 약손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넷째 손가락’은 경기, 평북, 중국 요령성에서 쓰는 방언이라고 써 놓았습니다. 현실의 말글살이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더 세밀한 검증을 거쳐 바르게 다듬어야겠지요. 

한의학에서는 몸에 해로운 독이나 물질이 있으면 심장과 관련이 있는 넷째 손가락에 그 증상이 나타난다 하였고, 지난날 탕약을 저을 때 이 넷째를 사용하면 한층 효험을 본다고 했습니다. 이 손가락에 자극을 주면 불면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하니 이런 이유로 약손가락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활용도는 비교적 낮으며 반지를 끼는 데 주로 쓰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