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다른 사람들>

▲ 「다른 사람들」미안 지음 / 고래뱃속 / 2019

짧은 글과 상징성 있는 그림으로 압축의 미학을 보여주는 「다른 사람들」은 우리 안에 숨어있는 배타성과 폭력성에 대해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그림책이다. 다른 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목도한다. 장애인, 성소수자, 결혼이민자 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적용시켜 보면 우리 안에 다른 것을 배척하는 마음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보이는 차이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재된 가치관과 믿음의 영역에도 다수가 소수에게 가하는 폭력과 억압은 존재한다. ‘그 생각은 틀렸다’며 타인의 의견을 재단하고‘왜 저런 것을 좋아해?’라며 타인의 취향을 부정한다. 우리는 사회가 정해놓은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나는 것에 습관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은 남다르게 크게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남다른 모습의 아이는 자라고 자라고 또 자라 빌딩만큼 높고 크게 자란다. 사람들은 아이를 보고 놀라고 자신의 모습에 놀라 도망가는 사람들을 보며 아이도 놀란다. 결국 아이는 작은 틀에 갇혀 ‘치유의 섬’으로 보내진다. 아이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자신을 줄이고 줄이고 줄여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을 만큼 작아진다. 다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그를 보며 기뻐하고 그도 기쁘게 살아간다. 식탁에 둘러앉아 가족들과 함께 식사도 할 수 있고 딱 맞는 정장을 입고 딱 맞는 구두를 신고 딱 맞는 가방을 들고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길을 걷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의 자신처럼 큰 사람을 마주치게 되는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틈에서 그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타인과 어울려서 살기 위해 주인공은 자기를 버린다. 타고난 본성을 억누르고 타인의 눈높이와 사회적 규격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타인과 같아졌을 때 비로소 안도하고 행복을 느끼는 주인공. 그는 숨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타인에게서 발견하고 그 누구보다 큰 적대감과 폭력성을 나타낸다.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른이 사유하기에도 적합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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