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광대들 풍문조작단>

▲ '광대들' 포스터.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조선을 뒤흔든 소문, 우리 손안에 있소이다’라는 카피만으로 눈치챌 수 있듯 지금 이 시대를 빗댄 이야기다. 댓글 조작, 가짜 뉴스, 마타도어 등 영화에서 다루는 소문을 만들고 바꾸는 과정과 상황이 시대만 다를 뿐 현재와 다를 바 하나도 없다. 대사 또한 현대로 치환했을 때 전혀 어색할 것 없는 접점들로 수두룩하다.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라 기대감 충만한데, 아뿔싸!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명색이 광대라 북 치고 장구 치는 그들의 놀음에 덩실덩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어깨춤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도무지 어디서 흥겨워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세조실록의 기록을 재현한 풍문 조작 방식은 나름 참신했으나, 이를 제외하면 지루하기 짝이 없어서 하품이 날 지경이다. 오락인지 정치 쇼인지 알 수 없는 어정쩡한 자세도 문제거니와 무엇보다 전형적이면서도 개연성 부족한 등장인물들은 곳곳에 암초가 되어 발목을 챈다.

나름 신선하려고 용쓰는 에피소드와 주옥같은 대사들의 향연은 설익은 밥알처럼 따로 놀아서 그저 빛깔만 곱다. 응집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바람 불면 다 날아갈 것 같다. 캐릭터가 살지 않으니 코미디도 부각되지 않고 메시지도 산으로 간다. 조진웅, 손현주, 박휘순, 고창석 등등 이 좋은 배우들의 기막힌 연기력으로도 커버하기에 버거운 판이니 솔직히 배우가 아깝다. 

김주호 감독의 2012년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과한 면은 있었으나 코미디 특유의 잔재미가 썩 괜찮은 영화였다. 치고 빠지는 지점을 잘 아는 연출도 좋았던 터라 사극 코미디 장르에 집중한다면 썩 괜찮은 작품들이 생산될 것이라는 평가였다. 그런데 <광대들>은 판은 키웠으나 이에 어울릴 체격을 키우지 못했고 체력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은 태산 같아서 웃음과 성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덤빈다. 코미디 영화를 보고 교훈으로 마무리 짓는다는 것도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정말 웃긴 건 이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점이다.)

사실 괜찮았으면 문제 될 게 하나도 없다. 코미디와 감동을 모두 욕심내도 무방하고, 민심을 훔치는 하이스트 필름인 양 페이크를 취하다가 정치극의 탈을 쓰면 어떤가. 성공만 했다면 칭찬받을 일 투성이인데,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움켜쥐지 못했으니 남은 건 욕먹을 일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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