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풍당당. 15×20. 2019.

자동차 바퀴가 아주 조용히 멈추어 섰다. 도...르...르...르...르... 유난히 긴 담장 때문에 자갈 깔린 주차공간이 꽤나 길어 보였다. 시동을 끄고 숨을 한번 고르고는 손목시계를 쳐다보니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다. 별이 참 어지럽게도 박혀 있었다.

마을은 몇 년 전부터 공사가 한창이더니 이제는 제법 전원주택 단지가 되어 버렸다. 정원에는 주인의 취향을 닮은 꽃과 나무가 서로 다르고, 울타리는 아직 무성하지 않은 마삭이 틈을 보인다. 서른일곱 터를 잡고 이제 마흔여덟이 되었으니 나는 이곳의 터줏대감 노릇도 종종 하고 있었다. 이웃이 하나 둘 생겨나고, 간혹 한 번씩 돌아가며 숯불을 피우고 술잔을 나누었다.

(나보다 3살 위인 뒷집 남자와의 대화 1)
“어제 새벽 3시에 들어오셨죠?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요?”
“무슨 소리예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이고~ 새벽에 얼마나 용감하게 주차를 하시는 대요. 새벽에 자고 있으면 도르르드드드드드드 끼익! 하고 아주 당당하게 들어오시잖아요.”
“들려요? 이런! 얘기를 하셨어야지요.”
“괜찮아요. 그때까지 일하다 들어오는 사람도 있는데, 덕분에 그때부터 저는 잠이 깨여 TV를 보고 있습니다.”

(나보다 3살 아래인 건너 옆집 남자와의 대화 2)
“선생님, 오늘 새벽 4시에 들어오셨죠?”
“또 뭔 일이래. 그걸 또 어찌 알아요?”
“에이~ 울 동네에서 그 시간에 마을로 들어오는 건 선생님 차밖에 없잖아요. 새벽에 상향등 켜고 얼마나 당당하게 들어오시는지... 자다가 길 쪽으로 난 안방 창문이 번쩍~ 하고 환해지면 선생님 상향등 켜고 들어오시는 거. 자다가 지금이 몇 시쯤일까 시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나보다 한 살 위인 우리 집 남자와의 대화 3)

“언제 들어왔지?”
“뭐지, 마누라가 들어왔는지 안 들어 왔는지도 몰라?”
“잠이 쏟아지는데 그럼,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당연히 자야지.”

 이제는 어두컴컴한 마을로 들어서도 상향등은 켜지 않았다. 곤히 잠들어 있을 그 남자네 창문을 쳐다보며 피식 웃으며 지나간다. 대문 앞 자갈 위에서는 나비가 앉듯 도르르르르르... 살짝이. 더 이상 옆집 TV 불은 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주 당당하게 쿵! 쿵! 쿵!

“나 들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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