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라이온 킹>

▲ '라이온 킹' 포스터.

생각만 해도 막연한 그리움을 안겨주는 것들이 있다. 영화 중에는 <라이온 킹>이 그렇다. 세상에 나온 지 벌써 25년이 지난 이 명불허전의 애니메이션은 세월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고 잊을만하면 기억의 한 구석에서 소환되곤 한다. 이를테면 TV에서 어린 사자만 보면 ‘심바’가 떠오르고, 라디오에서 <라이온 킹>의 OST인 Circle of Life가 흘러나올 때는 자연스레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하곤 한다. 이렇듯 원작이 있는 영화의 리메이크는 추억에 기대는 바가 크다.

디즈니의 수많은 클래식 애니메이션 중에서 1994년作 <라이온 킹>은 완성도나 관객 충성도 면에서 단연 끝판왕 급이다. 게다가 <라이온 킹>보다 앞서 리메이크로 다가온 라이브액션 <알라딘>은 최근 천만관객을 넘겼다. 디즈니의 기획력과 기술력에 감탄을 거듭하던 중 <라이온 킹>마저 돌아온다고 하니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이 완벽한 서사를 어떻게 2019년의 공간으로 이끌어서 공감을 얻는가이다.

<정글북>에 이어 디즈니의 라이브액션에 두 번째로 참여하는 존 파브로 감독은 기술력만 보태되 원작은 손대지 않는, 안전하고도 고루한 방법을 택했다. 디즈니의 기술력은 실로 놀라워서 실제 사자나 하이에나를 화면 속으로 데리고 들어와 버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갈기 하나까지 세심하게 재현해냈으니 그저 입만 쩍 벌릴 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연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하는 이 기술력이 호불호를 갈리게 한다.

원작을 라이브액션으로 고스란히 옮겨왔으니 똑같은 이야기가 맞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했던 풍부한 표정과 익살 같은 특유의 정서가 소거되면서 도리어 낯선 감정에 사로잡힌다. 만일 15년 전에 죽었던 사람이 예전의 모습보다 더욱 아름답게 바뀌어서 돌아온다면 그것은 반가움일까, 공포일까. <2019 라이온 킹>은 현실이 아니라 영화이기에 공포보다는 반가움과 재미가 우선순위에 있다. 그렇지만 생경함 역시 강렬하다.

아무튼 원작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자연다큐를 보는지 뮤지컬 영화를 보는지 헷갈릴 정도로 환상적이다. OST 역시 원작의 기억에 기대지 않고 그 자체로 감상한다면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완성도를 떠나서 실사로 재현한 ‘심바’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라이브액션 <라이온 킹>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다. <알라딘>처럼 시대의 변화를 덧입혀 트랜디한 감성으로 접근한다면 지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추억은 힘이 참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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