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3 수
연재/기획순원의 글씨에세이
[순원의 글씨에세이] 혼자 있을 자유
서예가 순원 윤영미  |  webmaster@news4000.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7.10  10:34:0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Kakao Kakaostory
   
▲ 獨(홀로 독) 벼루석. 15×15. 2019.

해의 기운이 어제보다 빠르게 내 피부로 와 닿고 있음을 알았다. 동쪽의 바닷가 넓은 펜트하우스에서 눈을 뜬다. 공을 치는 일행들은 새벽부터 분주하더니 곧 사라져 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홀로 남겨져 있었다. 붓 잡을 시간조차도 부족하다며 고집스럽게 버티었더니, 멀리 떠나오면 이렇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질 때가 간혹 있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지금처럼 혼자 남겨진다는 것은, 분명 함께 하지만 혼자 있을 자유를 내 의지로 누리고 있다는 것을. 참 오랜만에 완벽한 자유다. 단 몇 시간 동안은 어느 누구 간섭도 받지 않고 아주 럭셔리한 공간에서 나는 럭셔리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조용한 세상이 되었다는 건 하나를 포기했기에 오는 내가 스스로 만든 해방구였다. 이제부터 나 홀로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몸의 자유를 따라 머릿속을 자유롭게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거운 어깨를 진정 시키고 상념의 호사를 누리려고 뜨거운 욕조 물에 몸을 눕혔다. 이런! 갑자기 턱 하고 숨이 막혀 버린다. 심장이 굳어지듯이 답답해져 온다. 얼른 욕조에서 몸을 빼내어 열기를 달랜다. 천장에 달린 큰 선풍기 프로펠러 아래서 쪼그리고 앉아 숨을 고른다. 짧은 순간 몸속까지 데워진 게 쉽게 사그라지지 않으니 나는 잠시 동안 늘어진 시체마냥 움직이지 않았다. 거실 큰 창으로 바다가 보였다.

지나가는 고깃배 어부는 동해를 바라보며 서있는 이곳이 거대한 콘크리트 성 같을 거라 생각했다. 검은 갯바위 근처 늙은 해녀들이 주황 태왁을 달고 자맥질을 한다. 서로 신호음인지 대화인지 바다와 뒤섞여 이곳 콘크리트 성까지 들려온다. 파도소리와 해녀의 이야기가 뒤섞인 프로펠러 돌아가는 이국적인 거실에서, 수평선 그어진 바다를 바라보며 열린 창을 마주하고 있었다.

광활한 대자연을 내려다보는 이 시간이 종교처럼 거룩하다. 우뚝 성을 지어 놓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저기 지나가는 작은 조각배나 다를 바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탄성의 찬송을 올린다. 바다와 맞닿은 지상낙원 같은 성이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호사스럽다. 휴양지에서 아침 산책을 즐기려 바닷가로 나가는 한 점의 사람들도 결국은, 제각기 돌아가야 할 곳을 향해 또다시 뚜벅뚜벅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머릿속을 비우려고 혼자가 되었지만 모든 일들은 더 선명해져 버린다. 혼자라는 것은 비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명확해지는 것이었다. 혼자 있을 자유를 수평선 아득한 바다에 빼앗기고 말았다.

문 두드리는 소리. 거센 장맛비에 일정이 취소되어 돌아오는 일행들이다. 혼자 있을 자유를 장맛비에 또 다시 도둑맞아 버렸다.

<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서예가 순원 윤영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편집규약윤리강령후원안내독자위원회광고문의기사제보독자투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공무수행사인현황
제호:뉴스사천 | 명칭:인터넷신문 | 등록번호:경남아00051 | 등록연월일:2008년 7월 9일 | 발행연월일:2008년 8월 29일 | 발행인:하병주 | 편집인:강무성 | 청소년보호 책임자:강무성
발행소(주소):경남 사천시 사천읍 사천대로 1839 2층 뉴스사천 (우)52519 | 전화번호:055-855-4040 | 팩스번호:055-855-4041 | mail:webmaster@news4000.com
Copyright © 2011 뉴스사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40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