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천]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근후 지음 / 메이븐 / 2019

손주의 가족 그림에 강아지는 들어가 있어도 나는 없다면? 아들이 앞으로는 제사를 없애겠다고 선언한다면? 이미 한쪽 시력을 잃은 데다 일곱 가지 일상 질병이 나를 괴롭힌다면?

저자는 노년의 이런 당혹스러움 앞에서도 체념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하게 오늘의 삶을 즐긴다. 이 책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를 묻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의 담담한 인생 담론과 철학적 통찰이 담겨있다. 

이근후는 전쟁 속에서 유년기를 가난하게 보냈다. 4·19에 참여했다가 뒤늦게 옥고를 치르느라 의학도로서 위기를 겪었고, 돌파구를 찾았을 때 사면되면서 또다시 뒤늦은 군 입대를 하느라 아내와 네 자녀가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의 소회에 따르면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미약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슬펐지만, 덕분에 인생의 슬픔이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회복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 또한 얻었다. 그랬기에 정신과 전문의로서 퇴임 후 85세에 이른 지금까지도 봉사와 연구, 집필활동을 이어오며 그의 통찰은 계속되고 배움의 즐거움 또한 끝이 없다. 

이렇게 얻은 삶의 깨달음 40가지를 그와 관련된 일화들과 함께 총 5장에 주제별로 나눠 담았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마음에 드는 소제목을 골라 순서 없이 보아도 좋다.

인생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일단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마음을 갖추라. 둘째, 서두르지 말고 ‘야금야금’ 실천하는 과정을 즐겨라. 셋째, 지나온 삶을 그 자체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사하라. 거기에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 “오늘 여기에서 빛나는 행복을 찾아 설계해 보라”를 더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한 개인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자기만의 삶의 법칙을 찾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 후배에겐 조언을, 인생 동기에겐 공감을, 우리 모두에겐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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