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 제69조 대통령의 취임선서다. 130개 조문에 불과한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에 관한 조문은 20개에 달한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여서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이 여느 대통령제 국가의 것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권의 수반이다. 국가원수의 지위와 정부수반의 지위가 이원화되는 정부형태를 이원집정부제라고 한다.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양당제하에서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제1당의 지위를 통해 내각을 장악하려는 정치적 계산으로는 매우 매력적인 정부형태가 되는 셈이다. 3‧15 부정선거로 몰락한 제1공화국에 이은 제2공화국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했지만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5‧16 군사 쿠데타로 무너졌다. 이를 제외하고는 우리는 언제나 대통령제를 전통처럼 채택해왔다. 1972년 유신헌법으로 폐지된 대통령직선제는 1980년 제5공화국 체제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대통령 선거권이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5,278명으로 구성된 대통령선거인단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의 대통령직선제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획득한 것이고, 이후 현재까지 선거를 통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고 중임할 수 없다. 1인 장기집권의 얼룩진 우리 헌정사에 대한 반성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만,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선거를 통해 심판할 기회를 갖는 것은 대통령제 민주정치의 핵심 중 하나이므로 중임이 허용되는 방향의 개헌이 행해져야 한다. 한편,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국민이 선출하지 아니한 국무총리에게 맡기는 현행 헌법 역시 민주적 정당성의 측면에서 옳지 않다. 대통령제가 존치되는 한 대통령 유고시에 부통령이 그 직을 대행하거나 승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10‧26 사건으로 대통령이 유고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가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부통령이 그 직을 대행하거나 승계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는 신군부의 쿠데타를 경험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그중 국가긴급권은 국가를 보장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비상적 권한이다. 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권, 긴급명령권, 계엄선포권이 그것이다.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상황 또는 교전상태와 같은 국가비상사태를 맞아 국회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발해지는 긴급명령은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국회의 사후승인을 받아야 한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전격 도입한 금융실명제는 바로 위 긴급명령권에 따른 것이다.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 군사상 필요에 대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 지역 내의 행정권과 사법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군의 관할로 이관하고 개인의 기본권 일부에 관해 예외조치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계엄 하에서도 국회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 국회가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즉시 계엄을 해제하여야 한다. 국회의원의 불체포・면책특권이 유지되어야 할 이유는 대통령의 이러한 막대한 권한을 통제하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