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존 윅 3 : 파라벨룸>

▲ '존 윅 3:파라벨룸' 포스터.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일수록 대체로 ‘호’쪽에 속한 관객들의 호응이 뜨겁다. <존 윅>시리즈도 그렇다. 이제는 액션 마스터피스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순수한(?)액션 영화다. 거추장스러운 수사는 다 버리고, 숨소리 하나까지 오로지 액션을 위해 집중한다. 131분이라는 다소 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그 찰나의 시간 속에 선홍빛 액션이 숨 쉴 틈도 없이 꽉 차 있다. 스토리도 개연성도 이 세계관 속에서는 무용하다. 존 윅이 서사이며 존 윅이 개연성이며 모든 문법은 액션 하나로 치환된다.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장르 하나에 집중한 결과다. 

1‧2편보다 스케일은 더 커졌고 배우들의 몸놀림은 신기에 가까울 만큼 경이롭다. 존재 자체가 살상무기인 킬러 존 윅에게는 사실 총도 칼도 큰 의미가 없다. 특히 총격씬은 배우들의 노고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이 액션의 중심에는 당연히 키아누 리브스가 있는데, 3편까지 이어오는 동안 뱀파이어 혈통인 줄 알았던 키아누 리브스도 세월의 지문을 새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멋있고 여전히 멋있고 여전히 멋있다. 

<존 윅>은 매트릭스 시리즈 이후 슬럼프를 겪던 그를 기사회생시켜 마블 입성으로까지 이끌고 간 일등공신이다. 키아누로서는 애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매트릭스에서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다른 시리즈에, 더욱이 이런 유혈 낭자한 고어액션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괜찮을까라는 염려를 뒤로하고 저예산급으로 분류되던 1편을 거쳐 2021년 개봉 예정인 4편까지 제작을 확정 지었다. 북미의 환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팬층이 그리 두텁진 않지만 그래서 팬덤의 환호는 더욱 크다. 내 새끼 기죽는 꼴은 보기 싫으니까 말이다.

액션 영화의 문법은 단순하다. 그래서 시리즈가 반복되면 동어반복 같은 피로감이 있는 경우도 많은데 개봉 당시의 호언장담처럼 <존 윅 3: 파라벨룸>은 전편보다 확실히 더 강렬하고 새롭다. 초중반에 멋진 액션시퀀스가 집중돼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감은 있지만 그전에 배가 부를 만큼 신박한 액션을 혜자스럽게 선물 받았다. 서사가 약하다고 하지만 ‘최고 회의(High Table)’와 같이 전작에서 희미하게 보였던 설정도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으니 나름 기대할 내용은 더 늘었다.

쉰여섯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익장(?)을 발휘해 액션의 90%를 소화해냈다는 키아누 리브스 씨, 부디 건강관리 좀 잘해서 오래오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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