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약 15회에 걸쳐 우리 헌법의 전문, 총강(제1장) 및 국민의 권리와 의무(제2장)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는 필자 나름의 시각을 보였다. 오늘부터는 통치구조를 보게 되는데, 즉 국회(제2장), 정부(제4장), 법원(제5장), 헌법재판소(제6장), 선거관리 및 지방자치(제7장 및 8장)가 그것이다. 최근 논의되다가 일시 중단된 헌법 개정 논의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지점이 통치구조, 즉 현행 대통령 중심의 권력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고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국가는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로 하여금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제도로서 간접민주제, 의회민주제, 대표민주제라고도 불린다. 우리 헌법은 국민이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여 그들로 하여금 국가의사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제40조). 국회가 만든 법만이 ‘법률’이고, 오직 그 법률에 의해서만 국민에 대한 조세의 부과도, 범죄의 구성과 형벌의 부과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및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등에 의해 국회의 입법권이 제한받고 있고, 오늘날 국가기능의 광역화와 전문화로 인해 전문성을 갖춘 행정관료에 의해 혹은 정당 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단순히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기관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의회의 고유한 기능이 입법권이었다면, 오늘날 현대국가는 행정부의 역할이 비대해짐에 따라 이를 비판・감시하는 국정통제기관으로의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회가 가진 국정통제수단은 의원내각제 정부의 그것보다 약하지만, 우리 헌법은 국무총리・국무위원 해임건의권, 이들에 대한 국회출석・답변 요구권, 예산 심의・확정권, 조약의 체결・비준, 선전포고권, 국군의 해외파견, 대통령령의 긴급명령 등에 대한 승인권, 계엄해제요구권, 국정감사권 및 국정조사권 등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는 국회의원의 1/3을 대통령이 사실상 임명하던 때도,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을 국민이 아니라 통일주체국민회의, 대통령선거인단이라는 이름으로 독자 출마한 후보에 대한 100%에 가까운 압도적 찬성으로 선출한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국회의 권능이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회의원 개개인의 불합리한 특혜는 폐지되어야 하겠지만, 위 견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특별한 권리’는 유지되어야 하고, 오천만 국민 각계각층의 이해가 골고루 충실히 대변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혁과 의원정수 확대도 적극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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