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같은 내용 저자 다른 책 2권 발간…최근 논란
사천문화원장 표절의혹 제기에 문화원장 “저자가 요청”
저자 “당시 기억 정확치 않아”…시 “진상조사 후 조치”

▲ 장병석 사천문화원 저‘신수도 민속 조사보고서’와 박종섭 민속학 박사 저 ‘신수도의 민속 신앙’비교 모습.

사천 신수도에서 전래되고 있는 민속인형놀이 ‘적구놀이’와 관련해, 2015년 사천문화원이 발간한 학술보고서를 두고 최근 표절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기 사천문화원이 펴낸 두 권의 책이 제목과 저자만 다를 뿐 내용과 목차가 똑같았던 것. 한 권은 장병석 사천문화원 명의의 ‘신수도 민속 조사보고서’, 다른 한 권은 박종섭 민속학 박사 명의의 ‘신수도의 민속 신앙’이다.

현 사천문화원 이사이기도 한 이은식 구계서원장은 지난 12일 오전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병석 사천문화원장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장병석 사천문화원장이 2015년 당시 박종섭 박사의 ‘신수도의 민속 신앙’ 책을 저자 이름만 바꿔 그대로 도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은식 구계서원장은 “박종섭 박사는 저의 허락을 얻어 2004년 ‘신수도 동제’(이은식 저) 책에서 약 30페이지를 인용했다”며 “장병석 문화원장은 박 박사의 책을 자신의 이름으로 내면서 저에게 일체의 양해를 구하지 않아 제 책을 30페이지 부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박사도 자신과 함께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박 박사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이은식 구계서원장은 “저의 책 ‘신수도 동제’와 박종섭 박사의 책 ‘사천시 신수도의 민속 신앙’은 시의 지원을 받아 출간한 책”이라며 “시와 저자 모두 저작권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 시와 개별 또는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해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박종섭과 장병석을 저자로 둔 이 책들은 다른 교수들에게도 배부됐기 때문에 표절과 책 도용의 문제는 단순히 사천이라는 지역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며 “재인용 등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기에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제정건 사천시 문화체육과장은 “보조금이 투입된 보고서 관련 도용 및 표절 의혹이 제기된 만큼 진상 조사 후 처리하겠다”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시 신수도 신앙 조사 연구용역에는 시 보조금 1000만 원, 조사보고서 발간에는 200만 원이 투입됐다.

이에 대해 장병석 사천문화원장은 “2015년 당시 책을 쓴 박종섭 박사의 요청으로 저자를 사천문화원장으로 변경한 것”이라며 “박 교수 본인이 2015년 당시 경남민속예술축제 심사위원이 될 수 있기에 자신의 이름으로 보고서를 제출하면 안 된다고 사전에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일부는 자기 소장용으로 달라고 했다. 결국 사무국에서 400권은 저의 이름으로 보고서를 내고, 30권은 별도 양장본으로 박 박사 이름으로 별도로 만들어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 원장은 “당시 책은 신수도 적구놀이의 객관적 학술자료로 민속예술축제 심사위에 제출하는 보고서였다. 당시 전문가의 권위가 필요한 것이었는데, 박 박사의 요청이 없었으면 굳이 저의 이름으로 조사 보고서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제 이름으로 내는 것이 실익이 없다”며 “최근 잇단 의혹제기는 사천문화원장인 저를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문화원 회원들이 선출한 저를 의혹제기만으로 물러나라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책 도용 논란과 관련해, 박종섭 박사는 “오래된 일이라 2015년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며 “그렇다고 내가 당장 고소할 생각은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날 구암 이정 선생의 후손인 사천 이씨 문중에서도 장병석 원장의 최근 논문과 보고서 표절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현 장병석 사천문화원장이 있는 한 구암제와 구암학술대회에 예산을 지원하지 말 것을 시에 요구했다.

한편, 사천시가 지난 4월 25일 사천문화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범죄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근 각하했다. 사천시는 내용을 보강해 항고할 계획이다.

사천시는 ‘사천문화원장이 2016년 구암연구 학술대회 발표자의 논문을 표절해 경남향토문화사에 게재했다’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사천문화원 측은 “문제의 사건은 2016년 당시 사무국의 단순 업무 착오로 발생한 일로, 2017년 사과문 게재와 수정공고로 일단락된 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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