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알라딘>

▲ '알라딘' 포스터.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기세가 무섭다. 황금종려상 수상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작품이 일명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아직까지 극장 점유율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재미와 작품성을 둘 다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 영화, 그것도 전 세대를 아울러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원작이 있는 영화 <알라딘>이 힘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아무튼 올해 최대 기대작인 <알라딘>은 1992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라이브액션으로 내용은 원작과 거의 동일하다. CG기술의 발달 덕분에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했던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재기 넘치는 가이 리치 감독 특유의 유머를 더하면서도 27년 전의 향수(鄕愁)를 고스란히 되살려놨으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작품 중에서 가장 성공사례에 꼽힐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추억의 재현을 기뻐하면서도 정서가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게 결코 마음 편하지만은 않으니까 말이다.

때때로 완성도를 떠나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를 만나기도 한다. 딱히 선호하는 장르나 라인업이 아니라 기대 없이 봤다가 저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썩이거나 휘파람을 삼키며 손가락 리듬을 탈 때는 더 그렇다. 대체로 뮤지컬 영화가 그런 편인데, 이번 라이브액션 <알라딘>은 신나는 노래와 춤을 곁들인 최고의 뮤지컬 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A Whole New World를 다시 듣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즐거움이다. 여기에 윌 스미스가 연기하는 램프의 요정 ‘지니’라는 의외의 수확이 뜻밖의 즐거움으로 작용하면서 기쁨을 배가시켰다. <알라딘>이라는 제목을 <지니>로 바꾸는 게 좋겠다 싶을 정도로.

다만 ‘윌 스미스의 지니’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영원한 지니’ 로빈 윌리엄스도 자연스레 떠올라 아쉬움이 커졌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로빈 윌리엄스의 업적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기존의 애니메이션이 영상에 맞춰 성우가 대사를 쳤다면, <알라딘>에서 지니 역할을 맡은 로빈의 환상적인 애드리브 때문에 지금은 거꾸로 성우의 대사에 영상을 맞춘다. 유명 배우가 애니메이션의 성우로 나서게 된 것도 로빈의 지니 덕분이다. “Genie, You’re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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