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놀자] 튤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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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놀자] 튤립나무
  •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 승인 2019.06.04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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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튤립나무.

나무가 너무 높아 꽃이 필 때를 기다려 유심히 살펴야 하는 나무가 있다. 그래야만 그해 꽃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렇게 공을 들여 가까이에서 올려다 본 나무가 있으니 바로 튤립나무이다. 행여 꺼질 새라 조심스럽게 노란색 등불을 켠 것 같았다. 함께 본 지인들도 그 모습에 감탄을 쏟아내었다. 꽃이 튤립을 닮았다 하여 ‘튤립나무’라 하고, 누구는 백합을 닮았다 하여 ‘백합나무’라고도 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백합나무’를 표준으로 하면서 튤립나무까지 2가지 이름을 인정하고 있다. 우연은 아니겠지? 튤립나무의 학명 Liriodendron tulipifera에는 백합과 튤립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나의 눈에는 튤립 꽃을 더 닮은 것 같아 튤립나무로 소개하고자 한다.  

튤립나무는 목련과의 갈잎큰키나무이다. 5~6월에 연둣빛이 도는 노란색 꽃을 피운다. 꽃잎 안쪽에는 단조로울 수 있는 노란색 꽃을 색다르게 만드는 주황색 줄무늬가 있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네모진 모습이다. 딱딱할 수 있는 네모 잎을 약간의 곡선과 직선의 갈라짐으로 독특한 모양을 만들고 있다. 마치 손가락 잘린 장갑처럼 뭉툭하게 보인다. 꽃도, 잎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제각각 특징을 찾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어 그것 또한 신선하다. 큰 튤립나무의 잎은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에는 노랗게 단풍이 든다. 단풍이 참 예쁘다. 열매는 9~10월에 갈색으로 익는다. 겨울까지 남아 파란 하늘에 잔뜩 매달려 있는 열매의 모습도 흡사 튤립을 닮았다. 

북아메리카 원산인 튤립나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때는 언제일까? 가로수를 심기 시작한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우리나라에 가로수를 심기 시작한 것은 고종 32년(1895)에 각 도(道)의 도로 좌우에 나무를 심도록 공문서를 보낸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신작로라는 새로운 길에 가로수로 적합한 나무로 알려진 플라타너스(버짐 나무), 양버들, 미루나무 등이 들어올 때 튤립나무도 함께 들어왔다. 사실 플라타너스를 튤립나무 보다 더 많이 보아 온 터라 잘 모를 때는 튤립나무를 두고 플라타너스로 오해하기도 했다. 전체 나무 모습도 비슷하다. 그러나 나무껍질이 얼룩덜룩 버짐이 핀 듯한 플라타너스와는 달리 나무껍질이 갈색이다. 꽃과 잎도 조금씩 다르다. 공해에 강하고 병충해가 없으며 빨리 자라는 특성을 가진 튤립나무는 이전에는 가로수로 최근에는 공원의 관상수로 심고 있다. 

튤립나무는 펄프의 원료는 물론이고 가구, 목공예, 합판 등으로 쓰임새가 좋다. 옛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가공하기 쉽고 물에도 잘 뜨는 튤립나무를 통나무배를 만드는 재료로 이용했다. 그래서 ‘카누 우드(Canoe Wood)’라고도 한다. 빨리 자라는 나무가 대체로 재질이 좋지 않으나 튤립나무는 빨리 자람에도 재질이 좋은 편이다. 최근 산림청에서는 목재를 얻기 위해 튤립나무 심을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튤립나무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여 잘 자라는 몇 안 되는 나무 중 하나이면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해 이래저래 사랑받는 나무이다. 

본격 여름에 들어섰다. 바쁜 일상에서도 키 큰 나무의 꽃을 찾아보고, 나무가 주는 짙은 그늘을 즐길 수 있는 여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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