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천] <잃어버린 여행가방>

▲ 「잃어버린 여행가방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

작가 박완서는 그동안 다녀온 12곳의 여행 경험을 <잃어버린 여행 가방>에 그만의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담고 있다. 여행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만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담담한 삶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생각하면 그리운 땅’으로 남도기행, 하회 마을, 섬진강 기행, 오대산 기행 등 국내 여행 기록을 담았다. 2부에서는 ‘잃어버린 여행가방’으로 바티칸 기행, 중국 백두산 기행, 상해 기행, 그리고 여행 중 잃어버렸던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3부에서는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로 에티오피아와 인도네시아 방문기를 담았다. 4부에서는 ‘해오의 여정’으로 티베트와 카트만두 기행을 싣고 있다.

1부에서 작가는 친구와 함께 남도기행을 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목적지 위주의 여행이 아닌 여행지를 찾아가는 진정한 여행의 맛을 알려주고 있다. 도시화되지 않은 곳에서 자연을 느끼고, 자연을 빛나게 하는 위대한 영혼의 자취를 느끼며 ‘정기가 없는 자연은 경치에 불과하다’는 말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2부는 ‘잃어버린 여행 가방’은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 중 경매이야기를 보고 자신의 여행 중 경험을 적어 내려간 산문이다. 작가는 ‘인생의 마지막 육신’이란 ‘여행가방안에 깃들어 있는 영혼’이라고 말한다. 이는 인생에 대한 작가의 숙연한 자세다.

3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기아와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에티오피아, 쓰나미가 휩쓸고 간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기록이다. 죄 없는 아이들이 고통받는 현실은 외면하고 싶은 치부이지만 그래도 삶을 계속해 나가는 인간의 생명력에 감동을 느끼게 된다.

4부  ‘해오의 여정’에서는 티벳과 네팔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을 통해 자연과 삶에 대해 진지해지는 시간이 된다.

인생의 여정에서 나를 숨겨준 여행 가방을 미련 없이 버리고 나의 전체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가를 되뇌어 보며, 작가가 “오냐, 그래도 잘 살아냈다. 편히 쉬거라”라고 다정하게 위로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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