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경상남도가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으로 초중고 학생에게 지급하는 카드 이름이 ‘여민동락카드’라고 한다. 사업의 취지도 좋지만 그 이름이 새겨들을만한 것이라서 더욱 관심이 간다. ‘여민동락(與民同樂)’은 ‘백성과 더불어 함께 즐긴다’는 뜻을 가진 말로 「맹자(孟子)」라는 책에 있는 말이다. 약 2,300년 전쯤에 맹자가 인의(仁義)를 중심으로 한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역설하며 천하의 제후들을 상대로 유세할 때 ‘양혜왕’을 만나 나눈 대화에 나온다. 양혜왕이 연못 가운데에서 크고 작은 기러기와 고라니, 사슴 등을 둘러보면서 옛사람들도 이런 것을 즐겼는가를 물었다. 맹자의 대답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옛날 어진 임금 중의 하나인 문왕은 이보다 더 큰 연못과 누대를 가지고 즐겼는데도 백성들이 오히려 기뻐한 까닭은 왕이 그것을 백성과 더불어 즐겼기 때문이니, 옛사람들은 백성과 함께 즐겼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비로소 즐길 수 있었다는 요지였다. 백성과 함께 즐기지 않고 그곳을 왕만 즐기는 곳으로 하여 백성의 출입을 금하면 나라 안에 커다란 함정을 파서 백성을 죽게 하는 결과가 된다는 말도 같은 책에 나온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과거의 왕과 백성 관계는 오늘날은 관과 서민의 관계쯤으로 바꾸어 볼 수 있겠고 따라서 여민동락이라는 말도 관이 서민의 입장에서 행정을 베풀어야 하리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이 말과 함께 음미해 볼 만한 한자성어로 ‘선우후락(先憂後樂)’이라는 말이 있다. 먼저 근심하고 뒤에 즐긴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이 말은 북송 때 사람인 범중엄(范仲淹;989년∼1052년)이 쓴 ‘악양루기(岳陽樓記)’ 중 벼슬아치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다짐한 부분인 “선천하지우이우, 후천하지락이락여(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천하 사람들이 근심하기에 앞서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이 즐거워한 연후에 즐거워한다.”라는 대목에서 나왔다.

범중엄은 2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그 어머니가 다른 집안에 개가를 해 한때 성이 주 씨로 바뀐 적도 있었으나 성장하면서 본래 성을 되찾고 객지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날마다 죽을 쒀서 그것을 몇 등분으로 쪼개어 끼니를 삼았는데 주위 친구가 기름진 음식을 주어도 그것을 먹게 되면 다시 죽을 먹을 수 없을 것이라며 끝까지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재상의 지위에 올랐으면서도 지극히 검소한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부패한 관료사회를 개혁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3번이나 지방관으로 쫓겨나기도 했다고 하였으니 자기의 말대로 ‘선우후락’을 실천한 사람이라 하겠다.
요즘 정국이 몹시 어지럽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온갖 말들이 난무하고 자기들이야말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고 호언하는데, 그중에서 진정으로 누가 여민동락하고 선우후락하는지 냉정히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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