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천] <나, 참 쓸모 있는 인간>

▲ 「나, 참 쓸모 있는 인간 」김연숙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

우리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박경리 선생의 「토지」. 20권이나 되는 방대함에 주눅이 들어 선뜻 책에 다가서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토지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 혼란과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대하소설로, TV로 먼저 접한 사람들은 한 줄로 간단히 규정하기도 한다. ‘하동 평사리의 지주 최참판댁이 몰락하고 난 후 무남독녀 서희가 갖은 고생을 겪으며 집안을 일으켜 세운 이야기’라고. 과연 그럴까?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은 토지를 사건 중심이 아니라 철저하게 인물 중심으로 파악한 책이다. 중심인물은 서희와 길상이로 보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민초들의 사연도 하나하나 완벽한 캐릭터와 서사를 갖고 다루어진다. 그래서 토지에는 온갖 인간의 희노애락, 오욕칠정, 행․불행 등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이 포개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갈피갈피의 사연을 하나하나 들춰보는 일이 토지를 읽어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제각각의 욕망과 삶의 의미, 그것이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최참판댁을 손에 넣은 조준구의 꼽추 아들 조병수와 일제 앞잡이가 된 거복이의 동생 한복이를 통해 자신을 옥죄는 가족의 굴레란 무엇인지, 돈에 대한 집념의 화신 임이네와 신분상승을 꿈꾸다 파멸하는 귀녀를 통해서는 인간 욕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홍이를 친자식처럼 품고 베푸는 월선이의 사랑은 인간은 얼마나 숭고해질 수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사람은 저마다 하나씩 자기의 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토지에서 가장 빛나는 이들은 그저 티끌 같은 존재여도 가장 무력한 상황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찾아나간 이들이다. 거기에 선과 악,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삶의 의미에 집중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600명의 인간백화점이라고 불리는 토지의 인물들은 온몸으로 보여준다. 

토지를 읽으면 삶과 세상, 타인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의 별을 찾아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복이 늘그막에 한 말이 이 책의 주제를 대신하는 듯하다. “산다는 거는... 참 숨이 막히제? 억새풀같이 자라고, 벼랑에 매달려 살고... 그래도 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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