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받은 국민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군인・경찰 등이 받은 손해는 법률이 정한 보상 외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 헌법 제29조의 내용이다. ‘군대에서 죽으면 개 값이다’라는 속되고도 자조적인 말이 나온 것이 바로 군인 등의 국가배상청구를 금지한 위 규정 때문이다. 최근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수그러들어 있지만,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는 별개로 위 조항의 개정에는 대부분의 정당・정파가 동의한다. 위 제한규정은 5.16.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에서 제정된 ‘국가배상법’에 들어있었는데, 1971년 대법원은 위 법률규정이 헌법이 정한 평등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국가의 기본권 최대보장의무 등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위헌판결을 선고하였다(당시는 위헌법률심판을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아닌 대법원이 담당함). 이에 크게 노한 대통령은 위헌의견을 낸 대법관을 모두 법원에서 축출하고, 위 조항을 아예 유신헌법 속에 넣어 위헌시비를 차단해 버렸다. 헌법에 규정되어 있으니 헌법에 위반될 수 없는 노릇이다. 군인 등의 국가배상 금지조항은 개정되는 새로운 헌법에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독소조항이다. 국가를 위해 복무하다가 다치거나 죽은 군인 등에 대해 국가의 이름으로 최대한의 예우를 해 주지는 못할망정 일반 국민에게 인정되는 배상청구권마저 금지하는 것은 문명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한편, 재판청구권. 모든 국민은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 재판은 신속한 재판일 것과 형사재판의 경우 공개재판일 것을 의미하고, 형사피고인은 유죄확정판결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헌법 제27조의 내용이다.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형사소송법은 구속기간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경찰이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10일이다. 10일이 경과되기 전에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검찰은 다시 10일간 구속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10일 더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뿐이다. 그 구속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반드시 법원에 기소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이후 법원은 기소된 구속피고인에 대하여 6개월 이내에 반드시 1심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구속기간이 경과하도록 판결이 선고되지 못하면 피고인을 석방하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피고인을 계속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검찰은 별건으로 구속・기소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옹호하고 죄 없는 자를 유죄로 오판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위 원칙에 따라 불구속 수사・재판의 원칙, 범죄사실의 입증책임을 전적으로 검사에게 부담시키는 원칙이 나온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 목적은 오직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해 줄 국가가 스스로 저지른 잘못에 대한 충분한 배상을 다해야 함이 당연하다. 한편,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은 사법권을 가진 국가다. 죄 지은 자에게 그에 합당한 형벌을 부과하는 커다란 권능은 단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도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충분한 제도적 장치의 정상적 작동 범위 내에서만 발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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