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악인전' 포스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황금종려상이라는 낭보를 전한 가운데 칸으로 간 또 한 편의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악인전> 되시겠다. 혹자는 “무슨 이런 조폭 영화가 칸에 초대돼?”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사실 칸은 장르를 끌어안는 품이 넓다. 물론 이것은 칸의 문턱이 생각보다 낮다는 말과는 전혀 다르다. 실제로 <악인전>이 초대된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인상적인 장르 영화 위주로 작품을 선정하는 비경쟁부문 섹션이다. 심야 상영을 통해 축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이다. 그런 만큼 초청되는 작품들의 경향은 강렬하면서 상업 영화 특유의 재미와 신선함은 물론 작품성까지 고루 갖춘 경우가 많다. 

서두가 길었으나, 사실 그만큼 <악인전>류의 영화에 대한 편견 혹은 내부검열, 자기검열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작동하는 경우가 참 많다. 사족 하나만 덧붙이자면 장르에 대한 편견은 정말 좋은 영화를 놓칠지도 모르니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악인전>이 좋은 영화인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착한 영화인데, 교훈도 감동도 없는 액션 영화를 두고 착한 영화라고 한다는 게 좀 우습기는 하지만 재미에 방점을 둔 오락영화는 돈 아깝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조폭, 연쇄살인마, 형사가 주인공인 <악인전>은 제목만 봐도 시쳇말로 사골국 우러나올 정도로 식상하다. 나쁜 놈들이 싸우거나 연대하는 이야기는 숱하게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까닭은 소비층이 넓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얼핏 <악인전>은 마동석이 특유의 맷집과 가끔씩 튀어나오는 감당할 수 없는 귀여움으로 끌고 가는 영화일 것(지금까지 그가 나왔던 영화 대부분이 그랬다)으로 짐작하기 쉬우나 이번에는 ‘마블리’의 이미지를 제대로 벗었다. 무엇보다 극을 이끌어가는 연쇄 살인마 김성규의 존재감이 한여름 뙤약볕처럼 강렬하고, 때로는 몸에 닿는 느낌이 진저리 칠 만큼 서늘하다. 제대로 캐릭터를 잡았다. 취향이나 영화를 보는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근 본 한국 영화 캐릭터 중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다. 

조폭 마동석과 형사 김무열과의 합이라는 포인트가 장르 영화의 재미다. 사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빤한 결론을 향해 달려가지만 재미 본연의 자세를 잊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정이 꽤나 짜릿하다. 일찍 찾아온 여름으로 마음까지 뜨거운데 최소한 영화를 보는 동안은 더위를 날려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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