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기본권 중 근로기본권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여느 사회적 기본권이 개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국가에 요구하고 국가가 사회보장제도로서 이에 답하는 구조라면, 근로기본권은 국가의 고용증진, 적정임금 보장 노력에 더하여 해고의 제한,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금지, 공익사업의 직권중재제도를 비롯한 노조의 단체행동권에 대한 제한 등 노동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약 10년 전 필자는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중심으로 한 근로3권 보장질서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석사논문을 준비하면서, 헌법이 정한 근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법률이 오히려 헌법에 위반되게 근로권을 ‘제한’해왔고 아울러 그 법률에 대한 위헌선언으로 근로권이 확대되어 온 역사를 알게 되었다. 

노동삼권은 근로자가 노조를 만들고 사용자와 협상하며 파업할 권리다. 헌법은 이를 근로 3권, 즉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유재산권 보장, 계약자유 원칙 등에 기초한 자본주의는 엄청난 생산력의 발전과 부의 축적을 가져왔지만 근로대중의 실업과 빈곤을 초래하였고, 근로조건의 결정은 경제적 실력차이로 인해 근로자에게 사실상 불평등한 계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근로자가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평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능력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 능력은 근로 3권으로 주어진다.

헌법재판소도 근로 3권을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항하기 위해 근로자단체의 결성이 필요하고 단결된 힘에 의해서 비로소 노사관계에 있어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근로자로 하여금 사용자에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 발전하게 하여 때로는 사용자와 대립・항쟁하고, 때로는 교섭・타협의 조정과정을 거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토록 하여, 종국적으로는 근로자의 이익과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사회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한다. 근로자의 이익과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이 사회복지국가의 주된 내용이고 따라서 근로 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이야말로 헌법이 추구하는 사회국가 건설의 필수적인 전제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내 가족의 안정을 보장하는 좋은 직업을 찾는다면 난 노조에 가입할 것”이라며 “미국인이여 노조에 가입하라”고 주장한 반면, 우리나라 보수층 지도자는 경제의 어려움을 ‘귀족노조’에서 찾는다. 한국의 경제가 저임금을 경쟁력으로 한 중국과 동남아의 경제로 회귀하자는 말인가. 또한 그게 가능한 일이기는 하며 그런다고 이들 나라에 비해 임금 경쟁력을 가질 수나 있다는 말인가. 북‧서유럽의 복지국가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자본주의국가의 차이는 노조조직률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노조조직률은 미국이 약 12%, 우리나라의 경우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개별사업체에서의 노동조합이 해당 사용자와의 대등한 교섭력을 유지하는 위한 수단이라면 국가 전체의 노조조직률은 정부를 향한 대등한 교섭력을 가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어떤 국가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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