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17 수
연재/기획
[인향만리] 나룻배와 행인
정삼조 시인  |  webmaster@news4000.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5.14  14:48:2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Kakao Kakaostory
   
▲ 정삼조 시인.

부처님오신날 아침, 느지막이 TV를 켜니 마침 봉축법요식 중계가 한창이다. 그 중심이랄 수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봉축사는 화합과 평화를 강조한 것 같은데, 그 중 ‘사부대중은 천칠백 년 동안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노를 저어 고해(苦海)를 건넜다’는 대목에 특히 마음이 쏠렸다. ‘사부대중’은 모든 불교신도를 총칭하는 말일 듯하고, 천칠백 년은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후의 기간일 듯하다. ‘고해’는 고통의 바다라는 말인데 번뇌가 가득한 세상을 상징한 말이겠고, 그 바다를 함께 노 저어 건너간다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해 고통이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다는 뜻일 것 같다. 

꼭 불교도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향해야 할 일을 대략 가리킨 말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한용운 선사의 시 ‘나룻배와 행인’이 연상된다. 그 시에도 고해를 건너는 데에 대한 각별한 당부와 다짐을 담는 말씀이 담겼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시라 다 아시리라 짐작하지만 기억을 되살려 보자는 뜻에서 전문을 소개해 본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行人)”

불교에서는 고해(苦海)를 벗어나 고통이 없는 경지로 드는 것을 흔히 물을 건너 ‘저편 언덕’에 도달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안다. 위 시도 나룻배가 행인을 싣고 물을 건너는 역할을 하는 일을 그렸다. 행인은 물을 건너는 것이 목적이므로 나룻배의 수고는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나룻배는 행인이 물을 건너도록 궂은 날씨라도 쉬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룻배는 건너게 해 주어야 할 새로운 사람을 항상 기다리고 있다. 나룻배는 행인을 위해 어떤 고생도 감수하며 낡아 가는 희생적 존재다. 그리고 이 시에서의 ‘당신’ 또는 ‘행인’은 특정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 수없이 많이 있는 사람 중의 일부 또는 한 사람이리라. 그 중 어떤 사람이면 어떠랴.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의 노고로 그 사람이 편안함을 얻는다면 ‘나’ 곧 ‘나룻배’의 역할은 충족된 것이다. 

위 시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발표된 시집 「님의 침묵(沈默)」에 수록되었다. 그 당시의 엄혹한 현실에서 벗어날 길은 우리 겨레 모두가 ‘나룻배’가 되는 자세로 겨레와 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하리라고 한용운 선사는 위 시를 쓴 것일 게다. 

‘나룻배와 행인’이 발표된 지 100년이 가까이 된다. 그동안 세상은 크게 달라졌지만 사람답게 처신해야 할 일은 큰 변함이 없을 듯하다. 저마다 내가 세상을 위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 시와 함께 곱씹어 보았으면 한다.

 

<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편집규약윤리강령후원안내독자위원회광고문의기사제보독자투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공무수행사인현황
제호:뉴스사천 | 명칭:인터넷신문 | 등록번호:경남아00051 | 등록연월일:2008년 7월 9일 | 발행연월일:2008년 8월 29일 | 발행인:하병주 | 편집인:강무성 | 청소년보호 책임자:강무성
발행소(주소):경남 사천시 사천읍 사천대로 1839 2층 뉴스사천 (우)52519 | 전화번호:055-855-4040 | 팩스번호:055-855-4041 | mail:webmaster@news4000.com
Copyright © 2011 뉴스사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40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