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쭉.

꽃샘추위가 저만큼 물러나고 완연한 봄이 시작되었다 싶으면 사람들은 일제히 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을 오르는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봄 산은 게으른 사람들의 가슴에도 불을 지핀다. 지난 주말에도 사람들은 전국 곳곳의 산과 숲을 찾았다. 지금 산자락에는 능선을 타고 무리지어 피어있는 철쭉이 한창이다. 와룡산의 철쭉도, 황매산과 가지산의 철쭉도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우리 시의 시화(市花)가 사천의 번영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철쭉이라니 반갑기도 하다. 

철쭉은 진달래과에 속하는 키 작은 나무이며 겨울이 되면 잎을 떨구는 낙엽성이다. 4월이 되면 철쭉은 화살촉처럼 붉고 뾰족한 꽃봉오리를 살며시 열며 피어나기 시작해서 4월 말 또는 5월에 꽃을 활짝 피운다. 다섯 갈래로 갈라진 듯한 꽃이 피지만 아랫부분이 함께 붙은 통꽃이다. 거꾸로 된 달걀 모양의 잎은 가지 끝에 5개씩 모여 어긋나게 달린다. 연분홍색 꽃을 가진 철쭉을 가장 많이 보게 되지만 흰색, 분홍색 꽃을 피우는 철쭉도 있다. 꽃잎의 안쪽 수술이 맞닿은 곳에는 자줏빛 반점이 박혀 주근깨처럼 애교스럽다. 10월에 익는 땅콩 모양의 열매는 짙은 밤빛으로 익고 털이 많으며 위쪽이 벌어진다. 

우리의 옛 기록에 의하면 철쭉은 척촉(擲燭) 또는 양척촉(羊擲燭)이라고 한다. 이는 가던 길을 더 가지 못하고 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는 뜻이다. 또한 어린 양(羊)이 철쭉의 붉은 꽃봉오리를 어미 양의 꼭지로 잘못 알고 젖을 빨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철쭉의 꽃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양이 꽃을 따먹으면 죽게 되어 이 꽃만 보아도 가까이 가지 않고 머뭇거린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는 이야기에 좀 더 설득되려고 한다. 결론은 어려운 한자 이름인 ‘척촉’이 변해서 오늘 우리가 부르는 철쭉이 되었다.  

꽃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진달래를 참꽃, 양(羊)이 먹지 않고 피했다는 철쭉은 독이 있어 ‘개꽃’이라 한다. 다만 꽃을 먹을 수 없다하여 개꽃이라고 부르면 철쭉으로선 좀 억울하지 싶다. 그러나 먹을 수 있고 없고를 떠나 두 종류 모두 견주기가 힘들 정도로 꽃이 아름답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생김새가 비슷한 진달래와 철쭉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주택이나 아파트, 공원 등에 조성해 놓은 영산홍을 보고도 철쭉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진달래, 철쭉, 영산홍을 구별해보자. 대표적인 방법은 꽃이 피는 시기로 구별한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진달래가 셋 중 가장 빨리 핀다. 진달래꽃이 진 후에 잎이 나기 시작할 무렵, 잎과 꽃이 거의 동시에 나는 철쭉이 뒤를 따른다. 영산홍과 철쭉은 시간 차이 없이 거의 동시에 핀다. 영산홍은 일본에서 철쭉을 개량한 원예종으로 왜철쭉 또는 일본철쭉이라고 부른다. 원예 품종만도 수백 종이 넘는다. 세종 23년에 왜철쭉을 세종대왕에게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있는걸 보아 생각보다 일찍 우리 땅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황매산을 비롯하여 철쭉 축제가 시작되었다. 철쭉제는 새 계절을 맞으며 산신령에게 안녕을 기원하는 우리 민족의 소박한 마음이 잘 묻어나는 정성스런 행위이다. 늦기 전에 오는 주말에는 철쭉을 보러 나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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