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어벤져스:엔드게임' 포스터.

21세기 블록버스터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마블 코믹스의 가상 세계관) 시리즈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여느 블록버스터와 다름없이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팝콘무비로만 생각했건만 11년 동안 22편을 기다려야 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작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충분히 기립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물론 한 편의 영화적 완결성도 있다. ‘Old men’s happiness’라고 하면 될까나.

슈퍼히어로가 널뛰는 블록버스터 영화도 충분히 울릴 수 있다. 이는 감동보다는 강산도 변한다는 10여 년의 세월을 MCU와 함께 한 탓이다. 20대 중반인 한 친구가 “해리포터 시리즈와 함께 내 유년시절도 끝났다.”고 외치던 게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어벤져스: 엔드게임> 때문에 자연스레 이해가 되어버렸다. 오랜 친구와 이별하는 기분이랄까, 아니면 월급 따박따박 나와서 즐겁게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는 기분이랄까. 이제는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것임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노래 한 소절이 입에서 흘러나온다. “이젠 안녕.”

지금까지 등장한 마블 MCU의 수많은 캐릭터를 어느 한 손가락 아프지 않게 정리하다보니 러닝타임이 무려 세 시간이 넘는다. 그만큼 드라마는 강화되었고 화려한 볼거리는 줄었다. 캐릭터 선호도에 따라서 결말의 감상이 갈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주요캐릭터를 어느 하나 빼먹지 않고 언급하는 서비스정신 덕분에 특정 캐릭터가 홀대 당했다는 소리는 듣지 않겠다. 오랜 시간에 걸쳐 풀어놓은 수많은 떡밥을 일일이 회수하느라 욕봤다. 어떤 식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보여줄 것인지에 관한 제작자들의 고민을 한껏 담은 결말이지만, 1세대 어벤져스를 향한 애정과 존경만으로도 울컥할 만큼 가슴을 울린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진행된 이야기라 기억이 가물거리는 게 당연한 법이라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22편의 복습이다. 그럴 여유만 있다면 말이다. 더불어 마블 영화의 보너스 같던 쿠키영상이 이번에는 없고 이게 마땅하다. 시쳇말로 그래야 respect이니까. 헤어지면서 딴 주머니 차겠다는 계산속을 보여 봐야 욕만 먹는다.

추억은 아름답게 윤색되는 법이다. 이제 1세대 어벤져스는 가고 새로운 주인공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지만, 추억 속의 그들만큼 사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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