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초등학교 다닐 때 월간 어린이 잡지를 읽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물론 연재만화를 좋아해서 매달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가슴 설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친구 여럿이서 용돈을 쪼개 모아 공동으로 구독하는 잡지는 만화만 보고 치우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꼼꼼하게 읽고 또 읽었다. 벌써 시간이 훌쩍 흘러 50년이 지났지만, 그 때 읽은 공상과학 소설의 내용이 지금은 일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새삼 인간의 상상력이란 것이 참으로 무한하고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지금은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우주여행, 로봇과 같은 용어들이 그 때 당시의 어린 사람들에게는 가슴 뛰게 하는 말이었다.

기사 중에는 미래의 환경에 관한 기사도 꽤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미래의 세계에서는 돈을 주고 물을 사 마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도 프랑스 같은 나라는 물을 사먹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나라도 그리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우물에 가서 퍼 먹거나, 수도꼭지만 틀어도 줄줄 나오는 물을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공기도 돈을 주고 사서 마셔야 하는 날이 온다는 내용에서는 실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흔하디흔한 물과 공기를 돈을 주고 사야하는 지금과 같은 세상이 온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난 뉴스사천 신문 기사 두 개가 눈에 띄었다. 하나는 멋진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하늘을 나는 사진과 함께 ‘멸종위기 ‘흰꼬리수리’ 광포만서 발견’이라는 제하의 기사였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6종이 광포만과 남해 동대만에서 발견되었다는 국립공원공단의 발표는 악화되어 가는 환경을 걱정하는 이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다른 하나는 ‘사업기간 넘긴 대진산단, 이번에도 취소 유예’라는 기사이다. 광포만을 지키고 보존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기사와 광포만에 심각한 환경 폐해를 줄 수 있는 사업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를 동시에 접할 때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해 동대만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태양광 발전 사업이라는 명분아래 붉은발말똥개와 같은 멸종 동물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날씨에 관한 것이 된지 오래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얼마인지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되었다. 환경이 갈수록 악화 되는 상황에서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생활환경은 그다지 개선될 것 같은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석탄화력 발전소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천시에 사는 우리들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다, 간간히 폐기물 처리 시설을 설치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물을 안심하고 마시고 숨을 편하게 쉬고 살 수 있는 우리 동네가 될 수는 없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봄볕을 맞으면서 마스크 쓰지 않고 산길을, 바닷가를 활보할 수 있었던 날이 있었다. 환경문제는 먹거리 문제이고, 건강의 문제이다. 일관성 있는 환경 대책이 있어야한다. 신문의 한 지면에서 아이러니를 느끼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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