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놀자] 박태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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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놀자] 박태기나무
  •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 승인 2019.04.09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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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기나무

봄날, 수많은 꽃들 사이에서 유독 진분홍빛 꽃이 눈길을 끈다. 꽃이 활짝 피기 전에는 맨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게 설핏 분홍색을 띤 벌레 종류인가 싶어 가까이에서 살펴본 적도 있다.

잎이 피기 전 작고 길쭉한 모양의 꽃봉오리가 하나씩 터지면서 나비 모양의 화려한 색깔의 꽃을 가지 위 이곳저곳에 솟구치듯이 피워내는 나무의 주인공은 바로 박태기나무다.

그 모양이 마치 밥알, ‘밥풀떼기’, ‘밥티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밥풀대기나무’, ‘밥티나무’ 등으로 불리다가 ‘박태기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좀 생뚱맞긴 해도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 지지 않는 나무 이름이 정겹다. 양반들이 먹던 하얀 쌀밥이면 더 좋겠으나 꽃이 진분홍색이니 조나 수수의 밥알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팝나무, 조팝나무, 며느리밥풀꽃, 박태기나무까지 유독 이름에 ‘밥’자가 들어간 나무가 많은 것은 그 옛날 먹을 게 귀했던 시절에 옛 사람들은 꽃을 보고라도 배고픔을 달래고 싶었던 것이다.

박태기나무는 콩과의 키 작은 떨기나무이다. 추위에 잘 버티며 대부분의 콩과 식물이 그렇듯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진분홍 꽃 못지않게 박태기나무의 또 다른 매력은 하트 모양으로 달리는 잎에 있다. 꽃이 질 무렵에 어긋나게 피어나는 박태기나무의 잎은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로 표면에 윤이 나는 완벽한 하트모양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면 박태기나무의 잎을 따다가 “내 마음이야!”라고 전해보시라. 소위 ‘심쿵!’할 것이다. 하트 모양의 잎으로 여름을 난 후 9~10월에는 콩과 식물의 특징대로 기다란 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열매 안에는 납작한 씨가 들어 있다.

우리가 주로 보는 박태기나무는 중국 자생의 나무다. 한자로 자형화(紫荊花)라고 한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자주색 꽃을 피우는 나무라는 뜻이다. 또한 자형화 속에는 ‘화목한 형제애’를 비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무가 한 뿌리에서 나고 본줄기를 거쳐 무성한 가지를 만드는 특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박태기나무 종류에는 유럽 남부에서 자라는 서양박태기나무가 있다. 박태기나무와 모양은 거의 비슷하지만 12미터까지 제법 크게 자란다. 이 서양박태기나무를 ‘유다트리(Judas tree)’라고도 부른다.

16세기 말 화가인 카스토르 듀란트는 예수의 12제자 중 예수를 배반하고 로마 병사에게 팔아넘긴 가롯 유다가 목매 죽는 장면을 판화로 만들었다. 그 판화 속 유다가 목을 맨 나무가 바로 서양박태기나무이기 때문이다. 

박태기나무는 화려하게 피는 꽃과 어디든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정원수로 널리 보급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선비들이 공부하는 서원에서부터 스님들의 수행 공간인 사찰, 유적지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공원이나 주택의 정원에 주로 심고 있다. 요즘 자주 만나는 박태기나무가 가끔 계절을 잊고 가을에도 꽃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 꽃과 잎과 열매를 동시에 보여주는 재미난 풍경이 펼쳐진다. 계절을 봄으로 착각하고 실수로 꽃을 피운 것이다.  박태기나무만 실수를 할까?

자연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나무도 그러할 진 데 인간의 실수는 더 잦다. 이 봄, 나의 실수도 깊게 새기지 말고, 타인의 실수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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