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

늦어서 자꾸만 엑셀로 발이 가는 퇴근길, 앞선 차들이 줄지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경찰의 수신호에 따라 서행하며 지나가니 차들이 뒤엉켜 있다. 다음날 지역 신문에서 확인한, 그 곳을 지나기 불과 십 분전 일어난 운전자 사망소식. 애도와 동시에 살아있음에 대한 안도, 평소처럼 퇴근했더라면…. 서늘한 생각이 교차한다. 내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모두가 피할 수 없지만 다수가 껄끄러워하는 것, 살아있기에 놓치지만 반드시 준비를 해야만 원하는 방향으로 맞이할 확률이 높은 그 것.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피해자의 사인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등장하는 친근한 얼굴, 법의학자 서울대학교 유성호 교수가‘죽음’을 정면에 내세운 지침서를 내놓았다.

 누구보다 죽음과 많이 만난 유성호 교수는 20년간 1500건의 부검을 담당하며, 시체마다 새겨있는 제각각 사연과 형태를 마주한 끝에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제대로 죽음을 준비해야한다는 역설적인 결론을 내린다. 끝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아는 순간, 삶의 유한함이 주는 가치와 숨을 쉬고 있는 지금의 소중함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의학자의 시선인 만큼 범죄로 희생된 주검의 사연들, 뇌사․안락사․존엄사 등 뜨거운 사회적 논제와 유서․유언 등 죽음을 둘러싼 단어들, 타살․자살 등 쉽지 않은 주제가 담겨있지만 그 종착은‘죽음을 기억하라, 그리하면 현재를 제대로 즐길지니’에 도달하므로 결코 우울하거나 어둡지 않다.    

 에디슨 이후 최고의 발명가로 꼽히는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이면 놀라운 과학의 발달로 영생의 시대를 맞이한다고 주장한다. 그날까지 살아만 있다면 영원히 안 죽을 수 있다고. 영생불멸이 되면 우리 삶은 더 온전해질까? 저자는 불분명한 청사진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은 오늘에 충실하자 말한다. 어쨌든 2019년 4월 4일은 다시 오지 않으니.

참고로 이 책은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흥미로운 강의를 일반인도 공유하자는‘서가명가’(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로, 유교수의 강의에 매료되었다면 다른 학자들도 만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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