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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헤밍웨이의 잠재의식 긁어 읽기(3)
송창섭 시인  |  webmaster@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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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6  10: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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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창섭 시인.

헤밍웨이의 글쓰기 방식 중 이질적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초고 분량에 비해 탈고 분량이 훨씬 적다는 점입니다. 퇴고 과정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문장을 다듬고 줄여 나갔다는 얘기지요.

그는 스페인의 투우에 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전문적인 연구를 하면서, 진실한 글쓰기의 실체를 밝힌 철학적 에세이 《오후의 죽음 Death in the Afternoon》에서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산문 작가가 자기가 쓰고 있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 그는 자기가 아는 것을 생략할 지도 모릅니다. 가령 작가가 충분히 진실하게 글을 쓰고 있다면, 독자는 그것을 작가가 쓴 것과 다름없이 강렬하게 느낄 것입니다. 빙산의 움직임에 위엄이 있는 것은 그것의 8분의 1이 물 위에 나와 있는 까닭입니다.”

이는 자신의 소설작법을 빙산에 비유한 것입니다. 글의 주제, 소재, 구성, 표현 기교 등은 작가가 토로하는 내용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지요.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작가가 서술할 때, 그 표면에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더 무겁고 진지한 의미가 암묵적으로 밑바닥에 배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헤밍웨이 전기를 쓴 카를로스 베커는 “헤밍웨이는 단편들을 저술하면서 가장 적게 들여 가장 많은 것을 얻는 법, 말을 아끼는 법, 말의 힘을 증가시키는 법, 사실을 말하면서도 사실 외의 것들까지 전달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를 일러 빙산이론(Iceberg Theory)이라고 말하며, 생략(누락) 이론(Theory of Omission)이라고도 합니다.

즉, 빙산이론은 눈앞에 펼쳐지는 가시적인 것에만 얽매이지 말고, 수면 아래 있는 빙산의 더 큰 형체를 제대로 직시하라는 충고로 여겨야겠습니다. 이러한 관점 때문에 그의 단편소설들은 때로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다 읽고도 ‘아니, 이게 대체 뭘 말하는 거지?, 의도하는 바가 뭐야?’ 이런 느낌말입니다.

헤밍웨이의 소설에서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은 감각적이고 직접 주고받는 형식의 표현인 입말체대화법입니다. 일상 회화에서 쓰는 말을 그대로 옮긴 형식으로 구어체라고도 하지요. 이는 보편적으로 담화에서는 쓰지 않고 글에서만 표현하는 글말체와는 달리 대화식 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말투로 얘기를 주고받습니다. 사건을 빠르게 전개하여 지루함을 덜어 줍니다. 읽는 기분도 한껏 신명납니다. 하지만 모든 사연을 작가가 다 설명해 줄 거라는 기대는 오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는 단편 《의사와 의사의 아내 The Doctor and the Doctor’s Wife》, 《살인자들》을 읽음으로써 확인할 수 있겠지요.

헤밍웨이의 소설에 스민 잠재의식을 가리켜 저는 ‘헤밍웨이 문학의 수면 커튼’이라 칭합니다. 읽었지만 읽히지 않거나 보지 못한 것, 가린 듯 가리지 않은 듯 모호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몇 가지의 잠재의식 외에도 화려한 수사의 배제, 침묵과 여백의 표현 기교, 간단하고 명쾌한 문체와 구성, 등장인물의 저항성과 개척 정신(New Frontier Spirit), 죽음의 영역 언저리에서 솟구친 문제의식, 속도감을 주는 전개의 압축성 등 매우 다양한 장치와 의미가 그의 작품에 녹아 있습니다. 보물찾기의 심정으로 글을 되풀이해 읽으면서 심리 사냥에 나선다면 끝내는 기회 포착의 손맛을 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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