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 포스터.

상업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오락성을 부각하거나 친절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친절함이 연출의 일부였다면 미리 귀띔 좀 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헛걸음 하지 않아도 되니까. 재미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영화를 보는 일반 관객의 입장은 그렇다. 안타깝게도 <우상>은 마음 편하게 보지 말라고, 사유하고 살자고 각성을 억지 요구하는 상당히 불친절한 영화다. 관객과의 소통의지가 없는 상업 영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라는 최정상급 배우가 한 영화로 만났다는데 최소한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는 있지 않겠나’, 대놓고 표현은 못해도 ‘본전은 건질 것이다’라는 생각과 <한공주>를 연출한 이수진 감독의 차기작이라니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보통의 관객이라면 주연 배우들에 대한 강한 믿음과 스펙트럼 넓은 배우들의 충돌에서 나오는 강렬한 시너지 정도를 기대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당연히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엄청나다고 표현해야 할 만큼 훌륭하다. 심지어 너무 잘해서 문제다. (연변 사투리는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다)

144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동안 알고 보면 꽤나 자극적인 설정과 흡입력으로 중반부까지 끌고 가는 긴장감도 훌륭하게 조성했다. 신뢰가 사라진 우리 사회의 병폐를 드러내려는 시도 또한 적당히 전달이 된다. 하지만 듬성듬성하다 못해 툭툭 끊어지는 구조와 쉽게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는 영화를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의도한 난해함이라고 하기에는 혼선이 너무 크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도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대사전달의 불명확성이다. 실제로 한글영화도 자막이 필요하다거나 외국어 듣기평가 영역이라는 관람평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 또한 보편적인 반응인데, 그렇다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유추 혹은 해석할 여지를 남겨야 옳다. 게다가 맥락 없이 들락거리는 모호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고통을 배가시키고, 듬성듬성한 장면 구성은 시종일관 ‘왜 그랬을까’라는 1차적인 의문만 이어가게 만든다.

요즘 유행한다는 ‘N차 관람’을 유도했던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만 그런 어처구니없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이게 수능시험이라면 기꺼이, 아니 반드시 여러 번 봐서라도 장면마다 공들여서 숨겨놓은 상징을 분석하련만 누가 그러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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