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훈 기자의 ‘베트남 이야기’ ③사이공강, 다낭 한강

사천 출신인 동아일보 강정훈 기자(부산경남취재본부)는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호찌민과 다낭을 다녀왔다.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살피고 ’내일‘을 예측해 보기 위한 출장이었다. 하노이에선 27~28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베트남을 처음 찾은 강 기자의 눈에 비친 베트남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주제별로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①오토바이, 오토바이 ②한국보다 많은 한국인 ③사이공강, 다낭 한강) -편집자-

▲ 사이공 스카이데크에서 바라 본 사이공 강 주변의 야경.

“Go~~od Mor~~ning, Vietnam!!!!”

한국인에게 베트남에 관한 기억들은 제각각일 것이다. 사이공 함락, 전통의상 아오자이, 맛난 음식 분짜…? 최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하노이와 유명 관광지 하롱베이.

1960년대 태어난 기자는 캔디형 껌과 가루 주스, 그리고 축음기가 먼저 떠오른다. 지금은 캔디형 껌이 일반화 됐지만 1970년대 한국엔 ‘왔다껌’ 처럼 종이에 곱게 싼 직사각형 껌이 대세였다. 그 시절. 월남전에 참전했던 마을의 형이 귀국하면서 미제 캔디형 껌과 가루 주스를 가져와 처음 입에 넣었다. 달달한 맛이 기가 막혔다.

까무러칠 듯 놀란 것은 축음기였다. 몇 마디 한 다음 테이프를 돌리는가 싶더니 아, 이 시골 까까머리의 음성이 다시 나오는 것 아닌가? 정말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휴대형 녹음기, 스마트폰에 익숙한 요즘 젊은이에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다른 하나는 ‘굿 모닝 베트남’이라는 영화다. 라디오 DJ인 크로나워 역의 로빈 윌리엄스(1951~2014)가 열연했던 이 영화. 1987년 개봉 이후 크게 인기를 모았다. 국내 TV를 통해서도 방영됐다. 전쟁의 참상보다는 평화에 대한 갈구, 크로나워의 강력한 메시지가 여운을 남겼다. 윌리엄스의 독특한 표정과 음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 사이공강을 따라 조성된 수변공원. 어린이가 많다.

지난달 23일 호찌민에 도착한 기자는 다음날 오전 11시경 사이공 강변으로 나갔다. 김병범 경남도 호찌민 소장이 동행했다. 도심 교통난 해소, 관광을 위해 도입한 ‘사이공 워터버스’를 타고 상류로 이동했다. 강물은 혼탁해 보였다. 쓰레기와 부레옥잠(water hyacinth)이 둥둥 떠다녔다. 김 소장은 “수질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강변엔 강태공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철새인지 텃새인지, 이름 모를 새들이 부레옥잠 더미 위에서 휴식을 즐기다 배가 지나갈 때마다 힘찬 날갯짓으로 관광객을 맞았다.

빡당부두를 출발하자마자 마천루(摩天樓)가 사이공강을 에워쌌다. 무엇보다 호찌민의 랜드마크인 81층 빈콤센터가 하늘을 찌를 듯 버티고 섰다. 빈콤센터는 베트남의 대표적 기업인 빈그룹(회장 팜 니얏트 보홍)이 건립했다. 빈그룹은 빈콤센터 일대에 1700조 원을 들여 ‘빈홈 센트럴파크’를 만들고 있다. 아파트, 국제학교, 병원, 대규모 공원 등이다. 이 곳의 아파트도 평당 2000만 원으로 비싼 편. 단독주택은 20억 원 안팎을 호가한다. 벌써 호찌민과 다낭 등지엔 한국 부동산업자들이 ‘판’을 펼쳤다.

▲ 사이공 강 하류로 운항 중인 컨테이너 선과 고층 아파트 단지.

빈그룹은 ‘한국의 삼성’으로 불린다. 삼성처럼 성장하되 삼성과는 다른, 진정한 글로벌기업이 돼야 베트남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동안 삼성의 ‘그늘’을 워낙 많이 봤기에.

사이공강엔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선박들이 바쁘게 사이공강 하류로 내달렸다. 호찌민 외곽을 끼고 흐르는 사이공강은 동남아시아의 젖줄인 메콩강 지류. ‘약속의 땅’이라 불리는 메콩 델타지역과 연결된다. 사이공강은 호찌민을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사이공강을 따라 조성한 수변공원의 놀이터엔 젊은 부모와 어린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베트남은 우리보다 출산율이 높다.

그날 밤 ‘캔디’라는 별명을 가진 현지 여성무역가 꽉짱타오 응누엔(33)의 안내로 하동군 시장개척단과 함께 비텍스코 파이낸셜타워(72층)에 올라갔다. 이 타워는 금융그룹 비텍스코의 본사. 건물 52층 벽 부분에 대형 헬기장이 설치돼 있는 독특한 다지인이다. 낮에 보는 건물 외관도 인상적이었다.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49층에 자리 잡은 전망대인 ‘사이공 스카이 데크’에서 내려다 본 야경은 그야말로 ‘원더풀’이었다. 형형색색, 화려하게 사이공강변을 따라 고층건물들의 경관조명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중국 상하이의 푸동(浦東) 못지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베트남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사이공강의 야경 뿐 아니라 휴양도시 ‘다낭의 밤’도 아름다움에서는 뒤지지 않았다. 다낭의 랜드마크로 한강에 건설한 용다리(龍橋)는 2013년 완공했다. 666m, 높이 37.5m의 용 형상 다리다. 밤에도 형형색색 LED 조명을 밝힌다. 주말엔 용의 머리에서 불과 물을 내뿜는다고 한다. 다낭 한강교도 야경이 예쁘다. 다낭의 숙소 40층 옥상에서 바라본 미케비치와 한강의 환상적인 야경도 기억에 남는다. 호찌민 도심의 관광지와 수변공원, 다낭의 미케비치 해변과 한강 등 기자가 찾았던 곳들마다 깨끗해 인상적이었다.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둘러보고 인구 1억 명의 ‘잠재적 대국’ 베트남을 말할 수는 없다. 그건 결례다. 그러나 분명 희망의 땅에 친절하고 착하며, 부지런하고 눈매가 선한 인민들이 살아가는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은 지우기 어려웠다.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 1순위에 올렸다. 굿 모닝 베트남!!
강정훈(동아일보 기자)
 

베트남 팁
① 화장실엔 우리와 같은 신식 비데가 없다. 호텔도 마찬가지다. 잘 살펴보면 양변기 옆에 물을 분사하는 ‘수동식 비데기’가 있다.
② 화폐는 동(VND)이다. 20을 나누면 우리의 원(Won)과 비슷하다. 대부분 지역에서 동, 달러, 한화를 사용할 수 있다.
③ 시차는 2시간이다. 우리시각 낮 12시이면 베트남 하노이는 오전 10시다.
④ 비행시간은 부산~호찌민이 5시간 20분, 다낭~부산이 4시간 10분이다.
⑤ 스마트폰에 ‘파파고’ 앱을 깔아 가면, 현지인과 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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