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용서의 정원>

▲ 「용서의 정원」로런 톰프슨 지음 / 시공주니어 / 2018

“그냥 전쟁만 멈추어 주세요. 그게 전부에요!”

해변에 떠내려 온 세 살배기 아이의 죽음이 시리아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주던 2015년.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는 악의 고리에 빠져버린 시리아의 한 소년이 울부짖었다. 지금도 오래된 증오심이 가지를 뻗어가는 갈등의 땅. 그곳에 치유의 길은 없는 것일까?

『용서의 정원』은 인간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그림책이다.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한 레바논에서 내전이 한창이던 때, 수도 베이루트에 실제로 만들어진 ‘용서의 정원’을 모티브로 삼았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나뉜 두 마을이 있다. 오랫동안 서로를 미워하며 비난해온 마을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불꽃이 튀듯 맹렬히 싸운다. 감테 마을의 소년 카룬이 던진 돌에 바얌 마을 소녀 사마가 머리를 맞고 쓰러지자 서로를 향한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어느 날, 사마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한참을 운다. 흉터에 증오심까지 더해져 어둡고 일그러진 얼굴. 이웃 마을 아이들 또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이제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포로가 된 소년 카룬이 마을로 잡혀오고 사람들은 복수를 재촉하며 사마의 손에 돌멩이를 쥐어준다. 그러나 사마는 돌멩이를 내려놓으며 카룬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다. 미움을 용서로 바꾸는 순간, 저마다 손에 들었던 돌멩이는 용서의 정원을 만드는 주춧돌이 된다.

용서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담백한 글과 강렬한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짧은 그림책만으로도 증오와 분노가 어떻게 커져 가는지 보여 주고, 용서와 평화에 이르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용서의 첫걸음은 상대방도 나와 다르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깨달음이라고 한다. 결국 용서란 어느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것임을 이해하게 되는 책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