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유관순’이 영화로 들어왔다. 5천만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누나로 부르는 5만 원 권 지폐의 인물이 될 뻔했던 사람. 도대체 이 엄연한 역사적 실존을 어떻게 영화적 캐릭터로 구현할 것인가, 당연히 우려와 기대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조약돌을 빵으로 만드는 신화의 인물로 승화시키고 비장미를 앞세워 억지 감동의 눈물을 쥐어짜면 어쩌나 하는 걱정 말이다.

게다가 연출도 제작기간도 배우도 믿을 구석이라고는 없다. 10년 만에 복귀한 조민호 감독은 <정글쥬스> <강적> <10억> 등을 연출하면서 흥행에 실패(상업영화의 흥행 실패는 관객과의 소통부족으로 읽혀질 수밖에 없다)했으며, 제작여건은 더하다. 10억 원이라는 제작비로 2018년 11월에 크랭크 인에 들어가 불과 석 달 만에 완성했으니 3·1 운동 100주년 기념이라는 특수를 노린 졸렬한 작품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다. 배우진도 고아성 외에는 다소 생소한 이름들이니 제작비 아끼겠다고 아무나 데려 쓴 건 아닐까 싶고.

<항거 : 유관순 이야기>는 이런 모든 부정적인 생각을 떨쳤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의 구성방식을 심하게 차용하긴 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유관순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도감이 든다. 대놓고 영웅주의로 흐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예상외로 담백했고 그래서 더욱 먹먹한 심정이 가슴에 깊이 새겨진다.

교과서에서 너무나 자주 만나서 마치 가족처럼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유관순이라는 인물을 너무나 몰랐다. 모든 이들에게 누나로 남았지만 17살이라는 앳된 소녀가 어찌 고민이 없었을까. 덜어내고 덜어내어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강조되니 어리고 여린 몸으로 만세를 외쳤던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유관순과 함께 했던 8호실의 사람들은 누가 기억하고 있던가. 3평에 불과한 감옥에 수십 명을 밀어 넣어 누울 자리도 없음에도 연대를 통해 극복했다는 것도 몰랐다.

<항거 : 유관순 이야기>는 순국선열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이용한 게 아니다.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당연하게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사람들, 이들을 우리 앞으로 온전하게 끌어올리느라 고생했다고 격려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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