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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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대상에서 경이로움의 대상으로’강정훈 기자의 ‘베트남 이야기’ ①오토바이, 오토바이
강정훈  |  webmaster@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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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6  11: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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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출신인 동아일보 강정훈 기자(부산경남취재본부)는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호찌민과 다낭을 다녀왔다.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살피고 ’내일‘을 예측해 보기 위한 출장이었다. 하노이에선 27~28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베트남을 처음 찾은 강 기자의 눈에 비친 베트남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주제별로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①오토바이, 오토바이 ②한국보다 많은 한국인 ③사이공강, 다낭 한강) -편집자-

   
▲ 베트남 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엄청난 숫자의 오토바이였다. 이곳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는 곧 생활이었다.

북새통이었다. 북미(北美) 회담과 관련한 세계적인 시선이 그렇고, 한국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또 그랬다. 하루 종일 도로를 가득 메우는 오토바이 행렬은 미스터리에 가까웠다. 도심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인파가 넘쳤다. 표정도 밝았다.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 숲과 곳곳에 펼쳐진 개발 현장. 이른바 ‘핫플(Hot place)’로 불리는 베트남의 현주소다.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토바이였다. 이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도대체 저 행렬의 끝은 어디일까? 아니 끝이 있기나 한 걸까?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그리고 귀국 후에도 여전히 베트남 도심의 오토바이 행렬은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호찌민 공항에서 내려 시내 식당으로 이동하는 30분 동안, 계속 가슴을 졸여야 했다. 차창 옆, 밀리미터(㎜) 수준의 거리를 두고 스치듯 지나가는 오토바이들. 앞에도, 옆에도, 뒤에도 오토바이가 에워싸고 있었다.항공모함 한 척에 구축함 여러 척이 나란히 대형을 이뤄 항해하는 모습과 흡사했다. 경적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신호는 무용지물. 일단 ‘머리’를 먼저 들이민 쪽이 주도권을 쥐는 형국이었다. 정체가 심하면 인도까지 진격한다.

   
▲ 한 여성이 오토바이를 몰며 자연스럽게 전화 통화하는 모습.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휴대전화를 거는 여성은 쉽게 볼 수 있다. 운전석 앞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한다. 아버지가 모는 오토바이의 앞자리에 앉아 잠을 청하는 아이도 있다. 아들, 아빠, 딸, 엄마 순으로 4명이 함께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정겹다.

태산 같은 짐에 가려 운전자가 잘 보이지 않는 오토바이도 자주 만난다. 3단 화환 2개 정도는 거뜬히 실어 옮긴다. 남녀노소가 없다. 낮 최고기온이 33도로 무더운 가운데 ‘월남치마’, 바지, 반바지 등 복장도 다양하다. 아침부터 심야까지 어디론가 앞 다퉈 달려간다. 베트남의 오토바이는 자가용이자 트럭이고, 이동식 집무실이며 거실이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다. 생업이자 생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일 오전 6시를 조금 지난 시각, 호찌민의 숙소인 쉐라톤 호텔에서 사이공강으로 산책을 나섰다. 그러나 오토바이 행렬이 끊이지 않아 도로를 건너기 어려웠다. 한참을 기다려 도로 폭이 좁은 곳에서 오토바이가 좀 줄어드는 틈을 골라 가까스로 건넜다. 베트남 가이드가 “도로를 건널 때 뛰면 위험하다. 오토바이와 차량의 흐름을 살피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했던 ‘가르침’을 따랐다. 한 시간쯤 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더 복잡했다. 오토바이가 도로를 가득 메워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 오토바이가 많아서인지 이른 시간인데도 강변의 공기는 탁했다. 미세먼지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 야간에 운행 중인 오토바이.

김병범 경남도호찌민사무소장은 “일단 간(肝)이 커야 한다. 처음엔 아예 운전을 못했지만, 2년이 지나니 도로에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호찌민에서 함께 생활하는 20대 아들이 오토바이를 사 달라고 해서, ‘베트남인들은 뱃속에서부터 오토바이를 탔다. 우린 다르다’고 거절했다”며 웃었다.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 수십만 마리가 군무를 펼치며 하늘을 수놓을 때 서로 부딪치지 않고 날 수 있는 것은, 그들만의 감각과 어릴 때부터 작은 무리의 질서의식이 있기 때문이라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나마 호찌민과 다낭은 하노이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베트남의 오토바이는 대략 5000만 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1억 대라는 주장도 있다. 이 가운데 500만대가 하노이에서 굴러다닌단다. 한국의 전체 오토바이가 200만대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에 짐작이 간다. 하노이 당국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까지 오토바이 운행 대수를 최대한 줄이고 2025년 무렵엔 운행을 전면 금지시키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실성이 있을지는 미지수.

오토바이 가격은 170만 원~230만 원 선. 베트남 인민의 월 평균 소득이 35만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구입이 쉽지는 않다. 그나마 차량에 비해서는 부담이 덜한 편이다. 수입 승용차는 수입세와 특별소비세, 부가세 등이 더해져 5000만 원은 있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운송수단이 변했듯이 머지않아 오토바이의 행렬은 승용차 홍수로 바뀔지 모른다. 베트남의 자원과 잠재력, 그들의 성실성이면 충분하지 싶었다. 장기적으로는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지하철 등 대중교통 도입이 필요해 보였다.

베트남에 머무는 5일 동안 오토바이 사고를 포함해 단 한 건의 교통사고도 보지 못했다. 교통경찰이 거의 없고, 신호 체계가 허술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다. 물론 속도는 시속 40㎞ 정도로 ‘과속’은 아니었다.

기자에게 ‘베트남 오토바이’는 공포의 대상에서 호기심으로, 다시 신기함을 넘어 경이로움으로 이어졌다. 차량과 오토바이, 오토바이와 오토바이, 오토바이와 자전거, 그리고 사람들까지 모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쉼 없이 내일로, 내일로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성격을 닮기나 한 것처럼.

강정훈(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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