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을 듣는 시간」정은 지음 / 사계절 / 2018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다. [나]라는 사람은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경험하는 것들을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어떤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난 그 사람과 어느 정도 친밀한 관계를 가졌고 그 사람의 말을 듣고 행동을 지켜보며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공감했다. 그럼 나는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일까? 

행복하게 자랐지만 사회적으로는 평범하지 않은 아이 수지는 청각장애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불행하지도,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다. 단지 주위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이해할 뿐이다.

주인공의 ‘불편’ 은 오히려 장애를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든가 자신의 가족들이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할머니, 그 시어머니와 딸을 키우며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엄마에게서  답답함을 느낀다. 

작가의 글발이 보통이 아니다. 예쁜 문장들과 풍부한 감정묘사에 책에 감정 이입되어 엄마가 미성년자인 장애 딸을 두고 꿈을 찾으며 떠나버린 상황이 내 처지처럼 속상하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깨고 수지는 변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주인공 수지 또한 엄마를 이해한다고 생각했고 엄마가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숨을 방이 있고 필요할 때 숨을 줄 아는 사람, 블랙홀처럼 마음을 닫고 있던 엄마가 행복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사람은 자기 안에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신을 가지고 있는 거야. 그러니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누구도 닿을 수 없는 부분이 각자 안에 있으니까.”

주인공의 말처럼 이해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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