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섭 시인.

헤밍웨이는 1906년부터 1920년까지 케닐워스거리 600번지에 있는 집에서 살았습니다. 여기에서 소년시절을 보내며 스코빌거리 201번지에 있는 오크파크 앤 리버 프레스트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두 곳 모두 태어난 집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고교시절 풋볼 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이 무렵 시와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고교 졸업 후에는 캔자스시의 《스타 Star》지 기자가 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하던 중 이탈리아 전선에서 부상을 입고 1919년 귀국하였습니다. 그 후 캐나다 《토론토 스타》지의 특파원이 되어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여행지 이야기, 그리스와 터키 전쟁에 관한 기사를 써서 보도했습니다. 그의 문학적 토양은 이처럼 갖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구축한 것입니다. 

헤밍웨이의 소설에 나타난 표현의 다양성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단문을 사용하여 불필요한 서술을 제거한 문체라는 점입니다. 아주 긴 문장의 경우에도 수사를 억제하면서 앤드 and와 쉼표를 적절히 활용하여 기술했습니다. 이를테면, “He turned him up, all his legs walking in the air, and looked at his jointed belly.(그는 몸을 돌려 다리를 허공에 말아 올리고는 자신의 관절을 바라보았다.)”와 같은 문장들이지요. 

또 짧고 생생하면서 깔끔한 표현으로 풍부한 내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장면 하나를 음미해 보겠습니다. “His mouth dry, his heart down. Nick reeled in. He had never seen so big a trout.(그의 입은 말랐고 심장은 가라앉았다. 닉이 비틀거렸다. 그는 이렇게 큰 숭어를 본 적이 없었다.)”

이렇듯 그의 단편소설들을 가리켜 ‘정확함의 모델’이라고 평하는 것도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거친 묘사로 사실만 드러내는 문장의 탄력성 때문이지요. 여기에서 하드보일드 문체 Hardboiled Style가 꽃을 피웁니다.
하드보일드, 과연 이 말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요. 제1차 세계대전 때 미군 신병 훈련소의 훈련 교관들은 옷을 빳빳하게 다려서 입었습니다. 이렇게 간명하게 다림질한 제복을 일러 하드보일드라 했습니다. 본래는 ‘단단하게 삶은, 계란을 아주 삶은, 감정을 담지 않은, 현실적이고 비정한’이란 뜻을 지녔지요. 

1930년을 전후하여 미국문학에는 새로운 사실주의가 등장합니다. 표현이 건조하고 팍팍하여 비정한 느낌을 주고 냉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형용사 사용을 자제하고 거칠고 상스러운 회화를 무모하리만치 여과 없이 도입해서 쓰는 경향을 지닙니다. 

앞서 1920년대에 캐럴 존 데일리라는 작가가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이란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폭력이나 섹스에 대해 감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묘사했으며, 질이 떨어지고 값 싼 종이를 쓴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 하여 펄프픽션 Pulp-fiction이란 비난을 받았습니다. 저질 종이에 인쇄한 저속한 싸구려 소설이란 뜻이지요. 이러한 장벽이 있음에도 비정파 추리소설이라 일컫는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은 대시얼 해밋, 레이먼드 첸들러 등 여러 작가에 의해 대중성을 확보하며 발전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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