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앞두고 다들 죽니 사니 호들갑을 떨었지만 의외로 다들 멀쩡했다. 단 하나, 만화산업 분야만큼은 초토화가 됐으니 이미 우리의 머리에 각인된 걸작만화가 한두 편이던가. 그 중에서 손꼽히는 SF걸작 만화가 <총몽>이다. 공중도시와 고철도시로 나뉜 26세기 배경의 치밀한 세계관으로 마니아들의 매혹시켰고 숱한 아류작을 양산했다. <알리타: 배틀 엔젤>는 바로 이 <총몽>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솔직히 <알리타>의 원작이 <총몽>인지도 몰랐다)

감독은 <씬 시티>를 연출한 로버트 로드리게즈이지만, 원래는 제임스 카메론이 시작했다고 한다. <에이리언>, <터미네이터1, 2>, <아바타>로 이어지는 카메론의 판타지는 과학적이고 정교하며 아름답지 않은가. <알리타: 배틀 엔젤> 또한 ‘믿고 보는’ 카메론표 SF인데, 여기에 <씬 시티>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굳건히 한 로드리게즈가 참여했으니 설렘과 기대감이 없을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알리타>는 오감을 눈뜨게 하고 매혹의 세계를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원작 <총몽>의 거대하고도 세밀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스크린으로 훌륭히 안착해 날개를 달았다. 2억불이라는 막대한 제작비의 공도 크겠지만 CG와 화려한 액션은 시종일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아바타 제작 문제로 본인이 직접 감독을 하지 않고 로드리게즈에게 바톤을 넘긴 것도 두 사람 모두의 팬인 입장에서는 새롭고 재미있다. 두 감독 모두 빼어난 스토리텔러이자 스타일리스트이니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이냐가 관건인데, 이 화합의 열쇠는 아마도 원작의 세계관을 크게 흔들지 않고 영상으로 치환했다는 점이다. 영화화 과정에서 설정이 바뀌고 서사도 단순해지긴 했으나 원작의 어마어마한 세계관을 훌륭하게 담아냄으로서 시각적 즐거움으로 극대화했다.
 
인간과 로봇, 인간과 기계라는 소재는 너무 많은 영화에서 다룬 바 있어 이제는 새로울 것 없고 주제 또한 빤하지만(<총몽>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저 세월이 많이 흘렀을 뿐이다), 이 모든 진부함을 넘어서는 만듦새로 2편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중반부 이후의 액션은 스케일이나 속도감 면에서 기대 이상이다. 단언하건데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시각적 쾌감 하나는 정말 최고다. 다만 액션에 비해 느슨한 서사가 아쉽지만, 2편에서는 보다 조밀해질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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