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나무

봄이 보인다. 한 낮의 햇살이 따스하고 바람결이 부드럽다. 새싹이 꿈틀대고 나무에 꽃눈이 돋는다. 2월은 봄을 품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하나 둘 매화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반갑다 매화야!

누구는 매화나무라 하고, 누구는 매실나무라 한다. 꽃을 보고 있으면 ‘매화나무’, 6~7월에 열매를 딸 때는 ‘매실나무’라 불러야 자연스럽다. 아무렴 어떠랴? 공통으로 들어가는 ‘매(梅)’는 ‘어머니가 되는 것을 알리는 나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임신을 한 여성이 입덧으로 속이 매스꺼릴 때 신맛을 찾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매실이다. 이유 있는 ‘매(梅)’ 이름의 유래가 아닌가 싶다.

매화는 오래 전부터 우리 땅에서 함께 해온 나무이다. 첫 기록은 고구려 대무신왕 24년의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매화이다. 또 <삼국유사>에는 ‘모랑의 집 매화나무가 꽃을 피웠네’라는 글귀가 있다. 이를 보면 매화는 적어도 삼국시대 초기 이전에 들어왔다. 그 후 매화가 가장 화려하게 자기 존재를 과시했던 때는 조선시대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문학과 그림에 매화는 단골 주제이며 소재였다.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로도 사랑을 받았다. 이렇듯 옛 선비들이 매화를 사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함부로 번성하지 않는 희소함 때문이고, 나무의 늙은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며, 살찌지 않고 마른 모습과 꽃봉오리가 벌어지지 않고 오므라져 있는 자태 때문이라고 한다. 단아하면서 매서운 추위를 뚫고 이른 봄에 꽃을 피워내는 그 의연함에 사람들이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조선의 대표 학자인 퇴계 이황이 가장 좋아한 나무가 매화이다. 70세로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유언이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고 했다하니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새로 나온 천원 지폐에는 퇴계의 얼굴과 함께 도산서원의 매화나무가 담겨 있다.
  
매화나무의 꽃만큼이나 열매 매실은 쓰임새가 많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매실로 만든 각종 건강식품, 음료, 술 등으로 매실이 빠지면 서운할 정도다. 오래전 ‘허준’이라는 드라마에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매실이 등장하면서 한때 매실 바람이 불기도 했다. 매실의 약효를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중국 위나라 때 조조가 군대를 이끌고 안휘성의 매산이라는 곳을 지나고 있었는데 마침 군사들은 지치고 갈증이 심하여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조조는 이 산을 넘으면 큰 매실나무 숲이 있으니 거기서 매실을 따먹고 갈증을 해소하자고 병사들을 독려했다. 물론 산 너머에 매실나무는 없었다. 그러나 병사들은 매실의 신맛을 떠올리며 입안에 침이 돌아 갈증을 덜었다는 이야기이다.
 
매화나무는 꽃으로, 열매로, 또 향기로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사실 고향은 중국이다. 한 때 중국은 모란을 국화로 삼았으나 너무 화려하다는 이유로 모란 대신 매화를 나라꽃으로 새로이 정하였다. 추위에 강한 점이 혁명 정신에 부합한다고 여겼다. 매화는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두루 사랑받는 나무이다.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매화를 만나러 가보자. 오는 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에너지 넘치는 일상을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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