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람] ‘고발’과 ‘진정’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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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람] ‘고발’과 ‘진정’의 차이
  • 박영식 변호사
  • 승인 2019.01.23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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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경찰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여성을 상대로 낙태시술여부를 조사한 일과 관련하여 낙태죄에 관한 글을 썼다.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무리한 수사라는 여론이 있지만 경찰로서는 구체적인 범죄혐의가 기재된 진정이 접수되었으므로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 그와 비슷하기도 하면서 다른 고발이나 고소 등은 무엇인가.

수사기관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원인을 ‘수사의 단서’라고 한다. 수사 드라마에서 범죄의 의심은 가는데 단서가 없다는 표현을 접하기는 하나 위 단서는 증거나 정황을 가리킨 표현으로 수사의 단서와는 거리가 멀다. 수사의 단서가 있으면 수사기관은 즉각 수사를 개시하여야 한다.

사건을 수리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것을 ‘입건’이라고 한다.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최불암의 단골대사로 등장한다. “어이 김형사 입건해.” 무엇이든 범죄와 관계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것은 모두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스스로 수사를 개시하는데 단서가 되는 것은 현행범 발견, 변사체 검시, 불심검문, 수사 중 다른 죄 발견, 출판물의 기사, 소문 등이 있고, 타율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단서로서는 고소, 고발, 자수, 피해신고, 진정・탄원・투서・익명의 신고 등이 있다.

수사의 단서 중 진정・투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2% 미만으로 극히 적다. 고소, 고발, 피해자 신고는 약 60%에 달한다, 고소는 범죄의 피해자 또는 그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고소권자가 수사기관에 대하여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범인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말하고, 고발은 고소권자와 범인 이외의 제3자가 신고와 처벌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 외 신고, 진정 등은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알려 수사에 착수하도록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것을 말하는데, 범인에 대한 처벌희망을 요소로 하지 않는 점에서 고소・고발과 구별된다.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자동으로 입건(수사개시)되는 반면, 진정 등의 경우에는 통상 내사를 거쳐 입건한다.

경찰은 수사를 개시할 수는 있지만 종결할 권한은 없다. 수사 종결권은 현재로선 검사에게만 있다. 검경 수사권조정과 관련한 여러 쟁점 중 하나가 수사 종결권을 경찰에게도 줄 것에 있다. 고소사건의 경우 경찰은 원칙적으로 2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이후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고소인은 처분 검사가 속한 검찰청의 상급 검찰청에 항고하거나 법원에 재정신청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반면 사실을 단순히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것이 아니라 허위의 사실을 작출한 고소라면 검사는 그 고소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함과 동시에 무고죄로 인지하게 된다. 반면, 진정, 신고 등은 범인에 대한 처벌희망을 표시한 것이 아니므로 무고죄가 적용될 여지가 없는 한편, 고소권자가 가진 위 검찰항고권 등이 없다.

수년 전에 경남변호사협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변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은 아시아에 속하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의 문화나 정서와 매우 다름을 새삼 느꼈다. 고소・고발의 남발로 대한민국의 검사가 한 달의 절반을 야근하는 것도, 소송만능주의로 대한민국의 법정이 그렇게 붐비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일본 변호사는 형사사건의 변호인, 민사사건의 소송대리인이 됨에 따른 수익은 채 10%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법률 자문료가 수입의 대부분이다. 영세한 자영업자도 자문변호사를 두고 있다. 사소한 계약체결에서부터 분쟁해결에 이르기까지 고소・고발이나 소송이 아닌 변호사를 통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하는 문화가 오래 전부터 정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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