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이것 좋아 저것 싫어

▲ 「이것 좋아 저것 싫어」사노 요코 지음 / 마음산책 / 2017

나라 불문, 세대 불문의 밀리언셀러 그림책『100만 번 산 고양이』로 유명한 일본 작가 사노 요코. 그녀의『100만 번 산 고양이』의 키워드는 ‘싫어’ 였다. 그리고 이전의 행보나 에세이를 통해 거침없는 독설가의 이미지로 부각 되어 온 사노 요코다. 더구나 책 제목이『이것 좋아 저것 싫어』라니. 하지만 겁내지 마시라! 다정함과 ‘빵’ 터지는 웃음지뢰가 곳곳에 숨어있는 산문들이다.

『사는게 뭐라고』,『죽는게 뭐라고』,『자식이 뭐라고』에 이은 사노 요코의 네 번째 산문집인 이 책은 사노 요코라는 작가가 지닌 대찬 이미지와 이것 저것 다 싫다고 외치는 제목으로 미루어 프로 불평꾼의 격렬하고 자유로운 처세를 통한 일상 사수, 그리고 이를 통한 자존감 상승쯤의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 예측된다.

하지만 사노 요코가 누구던가! 냉혹하게 느껴질 정도로 줄곧 ‘싫어’를 외치던 고양이를 통해, 100만 번을 살아도 사랑하지 않았다면 산 것이 아니라고 알려준 타고난 사랑꾼이었다. 『이것 좋아 저것 싫어』에서도 정말 읽기 싫었던 책, 독특한 예술가나 괴짜 외톨이들, 탐탁지 않은 유명인들, 그리고 신경에 거슬리는 자잘한 사건들에 대해 시니컬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키득키득 웃다가 어느 순간 슬픔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별다른 포장 없이도 이렇듯 명료하게 삶에 대한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는 작가가 이제는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노 요코는 2010년 72세에 암으로 사망했다.

불평 같으면서도 다정하게 읽히는 이 책의 힘은 솔직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단단한 시선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거침없는 애정에 있다. 더구나 세상과의 일정한 거리도 한결같이 유지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오랜 경험으로 단련된 좋은 직관과 깊이 있는 은유를 통한 위트로 생생하게 전해진다. 덕분에 각 산문들은 제각각의 메타포를 지닌 동화같이 여겨지기도 한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다반사에 대해 적당한 거리를 품고 쓴 글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읽는 이에게도 그 거리가 스며든다. 더불어 마음이 평온해진다. ‘하고싶은 데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던 일흔에 대한 공자의 표현처럼, 자유롭게 쓴 듯 해도 무례함이 느껴지지 않는 사노 요코식 유쾌함의 원천은 치열하게 좋아하고 싫어하며 깃들인 세상에 대한 다정한 매너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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